[AG하이하이트] 태권도보다 수업료 저렴해 시작한 펜싱, 윤정현에겐 운명이었다…첫 AG서 동메달, 男 플뢰레 8년 만의 입상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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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떠난 러시아, 10대 소년 윤정현(25·화성시청)은 운명을 만났다. 바로 펜싱이다. 태권도를 배울까 고민했지만, 수업료가 비쌌다. 대신 칼을 잡았다.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찌르기에 성공할 때면 쾌감도 느껴졌다. 그때부터 펜싱 사랑이 시작됐다. 한국으로 넘어가 에페에서 플뢰레로 종목을 바꾸며 훈련에 매진했고, 생애 첫 국제종합대회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정현은 22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끝난 대회 남자 플뢰레 준결승전에서 라이언 초이(홍콩)에게 13-15로 패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끊겼던 한국 남자 플뢰레의 명맥을 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손영기 이후 8년 만에 입상이다. 플뢰레 개인전은 준결승 패자 2명에게 모두 동메달을 준다.

 

세계 1위를 마크했던 초이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이다. 윤정현은 경기 중반 연속 3점을 내주기도 했으나, 매서운 추격으로 12-12 동점까지 쫓았다. 뒷심이 부족했으나 박수 받기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그는 “힘든 경기가 될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결과는 아쉽다. 어제까지만 해도 메달을 딸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면서도 “나는 이제 시작이다. 이번에 따낸 동메달 역시 값지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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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기 속에서도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윤정현은 “펜싱에선 자신감과 기세가 굉장히 중요하다. 나도 모르게 그런 부분에서 밀려 끌려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중간에 생각을 바꿨다. 그때부터 자신 있게 했다. 덕분에 점수를 좁힐 수 있었다”면서 “판정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상황이 있기도 했는데, 경기를 하다 보면 직접 할 때와 밖에서 보는 부분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휩쓸리지 않고 멘탈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3개 국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리하다. 흡수가 빠른 덕이다. 윤정현은 “러시아는 많이 까먹었지만, 계속 여러 언어를 쓰다 보니 말은 할 수 있다”면서 “어느 나라 선수에게든 좋은 점은 배워야 한다. 일본뿐만이 아니라 이탈리아, 미국, 중국 등 강한 나라가 많다. 그 나라들만의 주특기를 배우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열한 승부는 내일을 위한 발판이 된다. 윤정현은 “내가 명맥을 되살렸다는 건 굉장히 후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 정도 레벨은 아니다. 요즘 남자 플뢰레 성적이 저조하다. 다시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일단 25일 단체전이 있으니 개인전에서 못했던 것 다 보여 드리겠다. 내 가능성을 본 것 같다. 다음 LA올림픽까지 열심히 준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치=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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