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이 씨는 최근 한 연예인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식당을 찾았다. “유명세만 앞세운 곳일 줄 알았는데 음식 맛도 좋고 서비스도 괜찮았다”며 다시 찾을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판매한 의류는 받아보고 실망했다. 기대했던 품질에 미치지 못했고, 가격 역시 비싸게 느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씨는 “연예인이 한다고 해서 믿고 샀는데 다음에는 이름보다 제품부터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연예인 사업’이지만 소비자의 평가는 엇갈린다. 스타의 이름은 손님을 불러들이는 강력한 힘이 되지만, 유명세만으로 만족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과거 식당이나 쇼핑몰 수준의 부업으로 여겨졌던 연예인 사업은 이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과 자체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름과 팬덤, SNS 영향력이 하나의 사업 자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가수 출신 기업인 김태욱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김태욱 대표가 이끄는 아이패밀리SC는 2000년 웨딩사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2016년 말 색조화장품 브랜드 롬앤을 선보였고,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성장 속도도 가팔랐다. 아이패밀리SC의 매출은 2018년 170억원에서 2019년 384억원, 2020년 792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00만원에서 45억원, 116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롬앤은 2017년 매출 8억원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올해 1분기에만 54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5개 분기 연속 500억원대 매출을 이어갔다.
김태욱은 연예인의 이름만 빌려 단기간 장사를 한 경우와는 다르다. 가수 활동에서 사업가로 무게중심을 옮긴 뒤 웨딩과 뷰티 사업을 키웠고, 화장품 사업은 2020년 기준 회사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했다. 롬앤은 당시 아시아뿐 아니라 호주·캐나다·미국 등 20여개 국가에 진출했다.
개그맨 허경환도 연예인의 사업이 개인 자영업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0년 공동 창업한 닭가슴살 브랜드 허닭은 간편식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처럼 연예인 사업의 영역은 과거보다 넓어졌다. 식당과 쇼핑몰에서 출발해 식품, 주류, 패션, 뷰티 등으로 다양해졌고 일부는 온라인 유통과 해외 시장까지 노린다. 방송에서 제품을 홍보하고 광고 모델료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지분을 갖거나 회사를 운영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기업 가치로 바꾸는 것이다.
배경에는 연예인만이 가진 특별한 자산이 있다. 바로 인지도다. 일반 신생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이름 하나를 알리는 데 많은 시간과 광고비를 쓴다. 반면 스타는 방송과 SNS를 통해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팬덤도 잠재 소비층으로 작동한다. 제품을 출시하는 순간 개인 SNS가 광고 채널이 되고, 방송에서 쌓은 이미지와 신뢰가 브랜드의 첫인상을 만든다.
연예인들이 자주 뛰어드는 외식·식품 시장의 규모도 상당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31만3880개였다. 종사자는 103만8462명, 전체 매출은 11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가맹점은 4.0%, 매출은 6.8%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한식 프랜차이즈 매출은 19조5000억원, 커피·비알코올 음료는 7조6000억원, 치킨은 8조8000억원이었다. 연예인들이 주로 진출하는 외식 분야 자체가 이미 거대한 산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유명세가 빠른 출발을 보장할 수는 있어도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비자가 처음에는 스타의 이름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후 다시 지갑을 여는 기준은 제품과 가격, 서비스다.
스타의 유명세는 사업의 출발선에서는 유리하다. 그러나 결승선까지 데려가는 것은 결국 경쟁력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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