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길, 그래도 운동을 쉽사리 놓을 수 없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마침내 나선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AG)에서 테크볼이라는 종목 그리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테크볼 국가대표 이준석의 얘기다. 2026 아이치·나고야 AG 테크볼 남자 단식에서 한국 선수 사상 처음으로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테크볼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축구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다. 탁구와 축구를 결합한 형태다.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됐다. 축구 선수들이 주로 훈련 목적으로 즐기면서 관심을 모았다.
메달까지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준석은 원래 축구 꿈나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화를 신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K4리그 이천시민축구단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하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축구를 그만두고 족구 선수를 거친 그는 22살이던 2021년 우연히 테크볼에 입문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 대회가 모두 취소됐다.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 일했다 한 줄기의 빛이 스며들었다. 지난 2월 테크볼이 AG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AG를 위해 직장에 사표를 쓰고 대회 준비에 나섰다. 지난 4월에는 사비를 들여 테크볼의 본고장인 헝가리에 유학까지 다녀왔다. SNS로 현지 선수에게 연락했고 현지에서 일대일 훈련을 받았다. 덕분에 자신의 공 스핀 기술 등 주무기를 다듬었다.
훈련 과정도 모두 이겨냈다. 대한테크볼협회는 아직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가 아니다. 이 때문에 다른 종목들처럼 진천선수촌에 입촌하지 못했다.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과 같은 수준의 식사와 훈련 지원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준석은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다.
거침 없었다. 지난 17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조별리그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면서 5전 전승을 거뒀다. 이어 8강전에서도 세트 스코어 2-0으로 승리한 그는 지난 19일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상대 선수의 부상 기권으로 승리하며 메달을 확보했다.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 남은 이준석의 쾌거다.
새 이정표를 세운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가족이었다. 이준석은 “축구를 그만두고 21살에 테크볼 하려고 했는데 테이블 하나에 200만원이 넘었다”며 “어머니에게 테크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테이블도 사주시고 물심양면 도와주셨다. 이번에 메달을 따서 효도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이준석의 꿈은 소박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테크볼이 더 알려지는 것이다. 그는 “테크볼은 아직 많은 분께 생소한 종목”이라며 “이번 AG를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테크볼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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