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서울, ‘서문들’ 전시를 위해 쓰인 글을 전시 이후 다시 읽다

사진=아케이드서울
사진=아케이드서울

아케이드서울은 168명의 필자가 쓴 200여 편의 전시 서문을 한자리에 모은 ‘서문들’이 지난 11일 개막했다고 18일 밝혔다.

 

 해당 전시는 전시를 위해 쓰였던 ‘서문’을 원래의 작품과 전시 공간으로부터 분리해 다시 읽어보는 프로젝트로 오는 9월 23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아케이드서울에서 이어진다.

 

‘서문들’은 2년 전 구상을 시작해 오픈콜과 개별 리서치를 거쳐 수집한 전시 서문들을 한 공간에 펼쳐놓는다. 특정한 경향을 대표하거나 ‘좋은 서문’을 선별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기와 장소, 조건에서 쓰인 글들이 지금의 한 공간에서 다시 만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전시장에는 작품 이미지나 당시 전시 전경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고 각각의 서문과 글이 떠나온 전시의 기본 정보를 함께 배치했다.

 

전시 서문은 대개 작품보다 먼저 혹은 작품 곁에서 관객을 만난다. 전시의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며 관객이 전시를 읽어나갈 방향을 제안한다. 그러나 전시가 끝나 작품이 철거되고 공간이 사라진 뒤에도 서문은 인쇄물이나 온라인 기록의 형태로 남는다. ‘서문들’은 이렇게 남은 글을 원래의 전시와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독자 앞에 다시 놓았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묻는다.

 

전시장에서는 200여 편의 서문을 연대순이나 전시별로 배열하는 대신 글 안에서 필자의 말하기가 드러나는 방식을 살펴보며 ‘잠복’, ‘잠복과 출몰 사이’, ‘출몰’ 이라는 세 가지 임시적인 범주를 제안한다. 세 범주는 서로 다른 질감의 종이를 통해 시각적·물리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서문을 평가하거나 명확한 유형으로 나누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각 글에서 필자의 말하기가 어떤 거리와 압력으로 나타나는지를 다시 읽어보기 위한 장치다.

 

개막 이후에는 참여 필자와 작가, 기획자를 비롯한 미술 관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며 자신이 쓴 혹은 자신이 관계했던 전시의 서문을 다른 글들과 나란히 다시 읽는 경험도 전시의 일부가 되고 있다. 기획팀이 정한 분류 역시 고정된 답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자신의 서문이 어느 범주에 가까운지 다시 가늠하거나 기존 분류와 다른 의견을 덧붙일 수 있는 참여 장치를 통해 하나의 서문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읽기가 전시장 안에 계속 축적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가보다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에 주목한다. 전시를 설명하고 작가를 호명하고 의미를 조직하며 관객의 읽기를 이끄는 글의 작동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동시에 작품이 사라진 뒤에도 남은 문장이 원래의 맥락을 완전히 떠나지 않은 채 다른 독자에게 다시 도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전시를 기획한 윤여울 담당자는 “서문에 대한 결론을 내리거나 최근 전시 서문의 경향을 정리하기보다, 그동안 작품 곁에서 읽히던 글을 잠시 전면에 놓고 다시 읽어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이 전시를 본 이후 다른 전시장에서 서문을 만났을 때 그 글을 읽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문들’은 9월 23일까지 아케이드서울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황지혜 기자 jhhw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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