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완전히 고양이 마을이네요!”
중국 만리장성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북경(베이징) 외곽의 수향마을 고북수진은 고양이 집사 및 냥덕후에게 특히 매혹적인 관광지였다. 고양이 벽화와 조형물, 길고양이들이 전 세계의 여행객을 환영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이곳을 방문한 권순철 씨는 “사전 조사를 할 때 고양이 관련 정보는 없었는데 와서 보니 일본이나 대만의 유명 관광지인 고양이 마을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개인 일정으로 지난 15일 생애 처음 중국을 찾았다. 수도인 북경에서 2박3일을 묵었는데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만리장성을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전에 여행 전문 사이트 ‘마이리얼트립’에서 검색을 해보니 만리장성과 인접 관광지를 묶은 프로그램이 무척 다양했다. 그중 고북수진과 만리장성의 한 구역인 사마대장성의 낮과 밤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고북수진은 중국 강남의 대표적인 물의 마을 오진의 모습과 화북 지역의 건축 양식을 더해 조성한 마을이다. 그리고 이곳을 감싸 안듯 펼쳐진 사마대장성은 만리장성 중 유일하게 야간에 오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날 여행은 9명의 한국인 여행객, 이번이 73번째 고북수진 방문이라는 황일만 가이드가 함께했다. 오후 1시 베이징의 한 호텔 입구에 집결해 12인승 승합차를 타고 약 1시간 30분을 달리자 목적지 당도했다.
출입구를 겸한 안내센터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고양이 모형(에어벌룬)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양이 집사로서 반갑기는 했는데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을 곳곳에 배치된 쓰레기통 역시 고양이 모양인 것을 보고 확신했다. 여기엔 뭔가(?) 있다고.
아니나 다를까, 또 다른 거대한 고양이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 건물 외벽에 술병을 든 채로 ‘큰 대’ 자로 뻗은 모습. 황 가이드는 “저곳이 쌀로 소주와 막걸리를 빚는 사마소 소주방”이라며 “고양이도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소주방 견학에 이어 도착한 영순 염색방에서도 아름답게 물결치는 푸른 염색 천에 고양이들이 그려져 있었다.
고양이 벽화들도 곳곳에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국 느낌이 나면서 귀여운 고양이 벽화들은 관광객들의 주요 포토 스폿이었다. 주요 벽화마다 ‘고북적묘(高北的猫)’라는 한자와 ‘GBCATS’라는 영어가 적혀 있었는데 한자와 영어를 잘 몰라도 ‘고북수진의 고양이’라는 의미라는 게 전해졌다.
실제 고양이도 만날 수 있었다. 중국 길고양이들을 마주치면 K-펫푸드를 맛보여주리라는 생각으로 챙긴 네츄럴코어의 짜 먹는 간식 ‘메리츄’를 줬더니 손가락까지 먹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사마대장성을 향하는 길에도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니 길고양이, 아니 산고양이들이 배를 보이고 발라당 눕고 애교를 피웠다. 수년 전 우리나라 북한산을 오르면서 산 중턱과 정상 인근에서 만난 고양이들이 떠올랐다. 그 당시의 의문이 다시금 찾아온다. 도대체 이 고양이들은 어쩌다 이곳까지 올라왔을까.
해가 지고 시원해지자 고북수진 곳곳에서 길고양이들이 출몰했다. 이들은 사람들을 봐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의 손길에 머리를 내주는 모습이었다. 수풀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국의 길고양이집과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 하우스도 여러 채 있었다.
해가 진 뒤의 고북수진이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인 것처럼 고양이 벽화와 고양이 조형물도 새롭게 느껴졌다. 기념품숍에도 고양이가 들어간 기념품이 많았다. 고북수진에 도착했을 때 만난 거대 고양이 조형물이 헤어질 때도 아쉬움의 안녕을 고했다.
황 가이드는 “고북수진이 고양이 콘셉트를 적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다만 이곳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관계자들이 여러 나라의 관광지의 특성을 참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유학생으로 현지 문화 및 소식에 정통한 김예리 씨 역시 “고북수진과 사마대장성 산기슭에서 사는 고양이들이 늘어나면서 관광 사업에도 연계한 게 아니냐는 ‘카더라’ 통신만 있다”며 “고양이 조형물들은 지난해 설치됐고 현지 젊은 층 사이에서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끄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이를 원 없이 본 것 같다며 웃은 권순철 씨는 “고양이 집사들이라면 눈이 돌아가는 관광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다시 북경 시가지로 돌아가는 승합차 안에서 스마트폰 사진첩을 보니 만리장성보다 고양이 사진이 더 많았다.
베이징=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