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빨간불] 시장은 커졌지만 ‘넷플릭스’ 독주 체제 지속

한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OTT 화면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OTT 화면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여러 구독 채널을 정리했다. 한때 서너개를 동시에 결제했지만 지금 남은 건 넷플릭스 하나뿐이다. 김씨는 “볼 게 있어서 결제했다가 그 작품 끝나면 잊고 돈만 나가더라. 결국 제일 자주 켜는 것만 남겼다”고 말했다.

 

안방이 극장을 대체하며 시장은 커졌지만 커진 시장의 과실은 고르게 돌아가지 않았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넷플릭스 1강 구도가 갈수록 굳어지는 사이 토종 사업자들은 이용자와 실적 양쪽에서 밀려나고 있다.

 

14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8월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620만명으로 집계됐다. 쿠팡플레이가 1006만명, 티빙이 815만명으로 뒤를 이었고 웨이브와 디즈니플러스는 각각 405만명, 401만명을 기록했다. 왓챠는 37만명에 그쳤다. 1위와 3위의 격차만 800만명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진출 후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다 2020년을 전후해 판을 뒤집었다. 킹덤 등 한국 오리지널이 연달아 흥행하고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된 것이 전환점이었다. 2020년 1월 470만명이던 MAU는 이듬해 2월 1001만명으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고, 오징어게임 공개 직후인 2021년 10월에는 1316만명까지 올라섰다.

 

이용자 격차는 곧 실적 격차로 이어졌다. 넷플릭스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542억원으로 전년보다 17.2% 늘었다. 영업이익도 203억원으로 16.8% 증가했다. 국내 진출 9년 만의 매출 1조원 돌파다. 반면 같은 기간 티빙 매출은 4060억원으로 6.8% 줄었고,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는 1809억원으로 500억원 이상 급감했다.

 

구조의 문제다. 토종 OTT는 내수 시장에 기반한 사업 구조상 제작비를 회수할 만한 가입자 규모와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기 어렵다. 콘텐츠 투자와 마케팅 경쟁에는 뛰어들어야 하지만 수익성은 따라오지 않는 악순환이다. 1세대 토종 OTT 왓챠는 슬픈 결말에 다가서고 있다. 매출이 2022년 734억원에서 2024년 341억원으로 반토막 난 끝에 지난해 8월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최근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에 청산가치 수준인 40억원대로 넘어가게 됐다.

 

넘어야 할 상대가 넷플릭스만인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유튜브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2688분, 약 44시간48분이었다. 넷플릭스 527분, 웨이브 479분, 티빙 410분과 자릿수가 다르다. 쇼츠부터 장편·음악·팟캐스트·생중계까지 공짜로 펼쳐놓는 유튜브와 달리 OTT 이용자는 콘텐츠를 보기 전에 먼저 지갑을 열지 말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시장이 커지면서 지켜야 할 것도 늘었다. OTT 계정에는 결제정보뿐 아니라 시청기록과 취향 데이터가 고스란히 쌓이는 만큼, 계정 탈취나 불법 공유는 단순한 무단 시청을 넘어 개인정보 유출로 번질 수 있다. 이용자 신뢰를 지켜낼 보안 역량이 콘텐츠 못지않은 경쟁력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내 OTT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콘텐츠 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정 작품을 보기 위해 구독을 선택하게 만드는 킬러 콘텐츠 확보와 함께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수익 구조, 해외 유통망 확대가 필요하다.

 

국내 사업자 간 합종연횡과 콘텐츠 공동 투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 확대도 과제로 꼽힌다. 이용자가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안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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