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보면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층에서도 걷기, 등산, 슬로우조깅 등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건강을 관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 걷고 원하는 운동을 즐기는 것이 중요한 건강 목표가 된 것이다.
다만 마음은 더 걷고 싶은데 5~10분만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당겨 벤치부터 찾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잠시 앉아 쉬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괜찮아졌다가 다시 걸으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이를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진 탓으로 여기기 쉽지만,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가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나 신경 통로가 퇴행성 변화 등으로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특히 걷거나 오래 서 있을 때 엉덩이부터 허벅지, 종아리까지 통증과 다리저림이 나타나고 쉬면 다시 걸을 수 있는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이 특징적이다.
심혁기 부산성모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는 통증의 강도뿐 아니라 얼마나 걸으면 다리저림 때문에 멈추게 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전보다 걷는 거리가 계속 짧아지고 있다면 일상생활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리 펴면 아프고 숙이면 편하다? "디스크와 다른 협착증"
척추관협착증은 자세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걸을 때나 허리를 뒤로 펴면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지면서 다리저림이나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반대로 앉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예컨대 평지를 오래 걷는 것은 힘들지만 쇼핑카트를 밀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비교적 편하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흔히 허리디스크와 혼동하지만 증상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허리디스크는 돌출되거나 탈출한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해 허리에서 한쪽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보행거리가 짧아지고 양쪽 다리가 무겁거나 저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심 과장은 “영상에서 협착이 심해 보여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환자가 있는 반면, 영상상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도 조금만 걸으면 다리저림 때문에 멈춰야 하는 환자가 있다”며 “MRI 사진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실제 생활에서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존치료부터 단계적으로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다고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뚜렷한 신경학적 이상이 없다면 약물치료와 운동·재활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부터 시행할 수 있다.
특히 통증을 참으면서 무조건 오래 걷는 것보다는 현재 상태에 맞게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기와 근력운동을 적절히 병행하고, 허리를 과도하게 뒤로 젖히는 동작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운동 방법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치료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걷는 거리’의 변화다. 처음에는 30분을 걸을 수 있었지만 20분, 10분, 5분으로 계속 보행 가능 시간이 줄어들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다시 상태를 평가해야 한다.
심 과장은 “척추관협착증 치료의 목적은 영상검사 결과를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다시 걷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며 “보존치료로 생활이 가능하다면 수술을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치료를 지속해도 보행 기능이 계속 떨어진다면 다음 단계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리 근력이 빠르게 떨어지거나 발목이나 발가락을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회음부 감각 이상이나 대소변 조절 장애가 나타난다면 주의해야 한다. 심한 신경 압박이나 마미증후군 가능성이 있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심혁기 과장에 따르면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다리저림과 통증이 지속되거나 보행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수술의 기본 목적은 좁아진 신경 통로를 넓혀 압박을 해소하는 감압이다.
그는 “최근에는 환자의 상태와 협착 부위에 따라 양방향 척추내시경(UBE)을 활용한 최소침습 척추수술도 시행된다. 양방향 척추내시경은 작은 통로 두 곳을 이용한다”며 “한쪽에는 내시경을 넣어 수술 부위를 확인하고 다른 통로로 수술 기구를 삽입해 신경을 압박하는 구조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같은 수술법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신경 압박이 주된 문제이고 척추 불안정성이 크지 않다면 감압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척추전방전위증이나 불안정성, 척추변형 등이 함께 있다면 유합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심 과장은 “최소침습 척추수술이라고 해서 절개가 작다는 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환자에게 필요한 신경 감압을 충분히 시행하면서 정상 구조물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방향 척추내시경 역시 환자의 병변 위치와 척추 안정성 등을 정확히 평가한 뒤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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