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의 의료관광 포커스] “K-의료진 만나러 한달음에 … ” 몽골 중산층, 핵심 고객 급부상

작년 방한객 21% 의료기관 이용
1인당 988만원 소비… 평균 1.5배
의료 수요, 기존 중증치료서 확장
안과·산부인과 등… 男 미용도 각광

개별 고객들 방문 기다리는 대신
구매 가능성 있는 집단에 러브콜
광산업 종사자 맞춤형 필수 검진
금융사 VIP 1대1 서비스 등 추진

관광공사, 현지 의료관광 로드쇼
서울대병원 등 17곳 참여 성황리
“상담 받으러 80㎞ 거리 달려와”
총 803건 성사 … 추정 매출 19.6억

“서울대병원에서 쌍둥이를 낳고 돌아왔어요. 아이가 치료가 필요한데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몽골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의료관광 로드쇼에 참석했습니다.”(자르갈사이항 오윤사이항 씨·Jargalsaikhan Oyunsaikhan)

인구 350만명 안팎의 몽골에서 한국 의료를 찾는 환자는 매년 3만명을 웃돈다. 지난해에는 3만5586명이 한국 의료기관을 이용해 전체 방한 몽골인의 21.3%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38.3% 증가한 데다 1인당 소비액도 약 988만원으로 전체 방한 의료관광객 평균 673만원의 약 1.5배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몽골인이 치료를 위해 한국을 선택하면서 몽골은 고부가가치 의료관광 시장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한국 의료·웰니스관광의 밤’ 행사에 참석한 한국과 몽골 의료·관광업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한국 의료·웰니스관광의 밤’ 행사에 참석한 한국과 몽골 의료·관광업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도 몽골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공사는 지난 4~6일 울란바타르와 남고비주 달란자드가드에서 서울대병원·세브란스·인하대병원 등 대학병원을 포함한 국내 의료기관 17곳과 의료관광 유치업체 6곳이 참여한 ‘2026 몽골 한국 의료관광 로드쇼’를 열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직접 울란바타르를 찾았다.

 

박 사장이 제시한 방향은 ‘치료에서 웰니스로, 서울에서 지역으로’다. 기업 임직원과 광산업 종사자 등 몽골 산업구조에 맞는 새로운 소비자층을 찾아 잠재수요를 실제 방한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도 더해졌다.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의료관광 B2C 상담회 현장. 상담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예약을 확인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의료관광 B2C 상담회 현장. 상담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예약을 확인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광부·금융 VIP까지… ‘환자 기다리지 않는다’

공사가 주목한 새로운 소비자층은 몽골 경제의 핵심인 광산업 종사자다. 광업은 몽골 전체 수출의 94%,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다. 공사는 약 9만명의 근로자가 소속된 몽골국립광업협회와 맞춤형 필수검진·웰니스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국영 지주회사 산하 17개 광산기업의 1만6000여 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상품 도입도 협의했다.

금융사 고객망도 적극 활용했다. 울란바타르에서는 만달금융그룹 VIP 고객 약 200명을 희망 진료과에 맞춰 국내 의료기관과 1대1로 연결했다.

이뿐 아니다. 공사는 만달금융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약 26만명의 고객망을 활용한 의료관광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개별 환자가 한국 병원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구매력과 방한 가능성을 갖춘 집단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2026 몽골 한국 의료관광 로드쇼’에서 김진국 한국의료관광진흥협회장(비앤빛안과 대표원장)이 상담에 나서고 있다.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2026 몽골 한국 의료관광 로드쇼’에서 김진국 한국의료관광진흥협회장(비앤빛안과 대표원장)이 상담에 나서고 있다.

실제 만달금융그룹 부회장도 비앤빛안과 부스를 찾아 자녀의 눈 건강 상담을 받았다. 이날 한국의료관광진흥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국 비앤빛안과 대표원장이 직접 상담에 나섰다. 금융사 VIP 망이 가족 단위 의료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몽골 남고비주 달란자드가드에서 열린 의료관광 상담회에서 국내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몽골 남고비주 달란자드가드에서 열린 의료관광 상담회에서 국내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타깃 시장도 수도 밖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관광공사 울란바타르지사는 2017년 개소 이후 현지 네트워크를 쌓아 2024년 다르항, 지난해 에르데네트에 이어 올해 달란자드가드까지 의료관광 행사를 넓혔다. 올해 로드쇼에서는 두 도시에서 총 803건의 상담이 진행돼 약 19억6000만원의 추정 매출이 집계됐다.

김완수 관광공사 울란바타르지사장은 “지사는 10년 가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지역 곳곳에서 협조적인 파트너들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맨땅에서 누구 만나나”… 병원들이 관광공사 로드쇼 찾는 이유

몽골 의료관광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의료기관의 현지 진출도 늘고 있다. 하지만 병원 한 곳이 처음부터 몽골 소비자와 에이전시를 찾고 상담부터 예약, 사후관리까지 연결망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관광공사 로드쇼를 현지 시장 진입의 통로로 평가한다.

정수영 아인병원 국제협력팀장은 “새롭게 해외환자 유치 사업을 하고 싶은 병원이나 에이전시가 맨땅에서 시작하면 누구를 만날 것이며 얼마나 막막하겠느냐”며 “이런 장소를 만들어 서로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오영희 아이디병원 네트웍스 해외사업실 총괄도 공사 로드쇼가 상담 대상을 구체적으로 설정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병원이 단독으로 행사를 마련하는 것보다 부담을 낮추면서 현지 소비자와 네트워크를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몽골 울란바타르 의료관광 로드쇼에서 몽골 참가자가 자생한방병원 부스를 찾아 치료 상담을 받고 있다. 정희원 기자
몽골 울란바타르 의료관광 로드쇼에서 몽골 참가자가 자생한방병원 부스를 찾아 치료 상담을 받고 있다. 정희원 기자

실제 참가 경쟁도 치열했다. 참여를 희망했지만 선정되지 못해 아쉬워하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현지 소비자와 파트너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로드쇼에 대한 의료기관의 수요가 높다는 의미다.

최근 국제진료센터를 출범시킨 전북대병원도 이번 로드쇼에 참가했다. 전북대학교 유학생 등을 통해 형성돼온 몽골 환자 수요를 체계적인 해외환자 유치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병원은 현지 의료기관과의 업무협약과 의료진 교류도 이어가며 몽골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에 집중된 외국인 환자 수요를 지역 의료기관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태훈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가 몽골 울란바타르 의료관광 로드쇼에서 몽골 환자 가족과 상담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김태훈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가 몽골 울란바타르 의료관광 로드쇼에서 몽골 환자 가족과 상담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한국 의료진 직접 몽골로… 80㎞ 달려온 환자도

현지 환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번 로드쇼에는 김태훈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 신승열 인하대병원 국제협력실장(응급의학과 교수), 유인천 전북대병원 국제협력센터장(안과 교수), 김진국 비앤빛안과 대표원장, 정진욱 디엘성형외과 대표원장 등 의료진도 현장에 함께했다.

자르갈사이항 오윤사이항 씨는 울란바타르 행사에서 서울대병원 부스를 찾았다. 그는 지난 4월 이 병원에서 쌍둥이를 출산한 뒤 몽골로 돌아갔다. 아이의 추가 치료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몽골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온 것이다.

달란자드가드 의료관광 로드쇼를 찾은 촐로네르데네 가족이 상담 뒤 한복 체험을 하고 있다. 가족은 한국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에서 약 80㎞ 떨어진 지역에서 찾아왔다. 정희원 기자
달란자드가드 의료관광 로드쇼를 찾은 촐로네르데네 가족이 상담 뒤 한복 체험을 하고 있다. 가족은 한국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에서 약 80㎞ 떨어진 지역에서 찾아왔다. 정희원 기자

달란자드가드에서는 한국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온 가족도 있었다. 이제 8살이 된 촐로네르데네(Chuluunerdene)는 생후 약 2개월 무렵부터 안과 질환으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던 중 한국 의료진이 달란자드가드까지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촐로네르데네의 가족은 약 80㎞를 달려 행사장을 찾아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의료진이 직접 현지에서 환자를 만나면서 기존 환자의 후속 진료와 새로운 방한 치료 수요를 잇는 접점이 만들어졌다.

◆중증만 아니다…‘남성 지방흡입’도 새 수요

몽골 의료관광 수요는 중증치료 중심에서 검진·피부·안과·성형·산부인과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현영 트리니티여성의원 총괄이사는 “출산 경험이 많은 가임기 여성층에서 요실금·자궁근종과 함께 출산 후 질 이완에 따른 여성성형 수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아이디병원에서는 젊은층의 코 성형, 중장년층의 리프팅 관심이 확인됐다.

남성 미용 수요도 두드러진다. 현장에서는 몽골 남성의 지방흡입 상담이 상대적으로 많고, 일부에서는 체형관리가 경제적 여유를 드러내는 소비로 받아들여지며 지방흡입이 ‘부의 상징’처럼 인식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파야 병원에 간다’는 현지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미리 건강을 관리하려는 건강검진·예방의학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강지화 KMI 몽골센터 지사장은 “몽골에서 한국 건강검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KMI를 찾는 몽골 환자들도 증가세”라며 “최근에는 갑상선과 위·대장내시경, 폐질환 관련 검진 문의가 많고 한국의 영상 판독 역량에 대한 신뢰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강검진은 질환 치료와 달리 스크리닝 목적이어서 의료비자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점은 현장에서 느끼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한국 의료·웰니스관광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한국 의료·웰니스관광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몽골 의료관광 시장은 이제 중증환자가 서울 대형병원을 찾는 구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수도에서 지방으로, 개인에서 광산기업과 금융 소비자로, 치료에서 미용·웰니스로 수요가 넓어지는 중이다.

관건은 현장에서 확인한 관심과 상담을 실제 방한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동시에 서울에 집중된 환자를 지역 의료기관과 관광지로 분산해야 ‘서울 의료관광’이 아닌 ‘한국 의료관광’으로 시장을 키울 수 있다.

박 사장은 “우수한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K-뷰티, 웰니스, 지역 관광 콘텐츠까지 폭넓게 소개해 몽골 소비자의 방한 선택지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