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천만 영화 '오디세이'로 보는 韓 관객의 취향

17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오디세이' 홍보물이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제공
17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오디세이' 홍보물이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제공

6일 미국영화 ‘오디세이’가 국내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개봉 33일 차에 이룬 기록. 지난 1/4분기 한국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7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는 통에 ‘올해 또 한 편의 1000만 영화’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경향도 있지만, 사실 ‘오디세이’ 1000만 돌파는 그보다 훨씬 주목해 볼 만한 이슈다. 지금껏 총 35편이 탄생한 국내 ‘1000만 영화’ 중 외국영화는 단 10편뿐이기 때문이다. 사회문화적 동질감이나 미디어 화제성 확보 문제로 외국영화는 좀처럼 다다르기 힘든 수치가 1000만이란 것.

 

나아가 외국영화로서 1000만 돌파는 2022년 ‘아바타: 물의 길’ 이후 어언 4년 만이란 점, 2차 시장 등으로 사전 팬베이스가 형성돼 한층 수월하게 1000만 고지를 달성한 프랜차이즈 속편들을 제외하면 저 10편의 외국발 ‘1000만 영화’ 중에서도 5편만이 남는단 점도 또 있다. 그렇게 한국 영화시장에서 지금껏 단 5편만 나온 비속편 외국영화 중 한 편이 지금 막 탄생한 참이란 얘기. 여러모로 진지하게 그 원인 분석에 나서볼 만한 이슈가 맞다.

 

이제 해외 상황을 돌아보자. 대부분 대형 영화시장에서 2026년 여름시즌 최대 흥행작은 비슷한 시기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이하 ‘스파이더맨’)로 낙점되는 추세다. 본국 북미 시장부터가 10일(현지시간)까지 누적 수익 ‘오디세이’ 5억9311만 달러-‘스파이더맨’ 9억2677만 달러로 차이가 크다. 그밖에 영국, 독일, 프랑스,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등 대부분 주요 시장에서 ‘스파이더맨’ 쪽 흥행 수치가 더 높다.

오디세이 스틸컷.
오디세이 스틸컷.

그런데 한국만큼은 다르단 것이다. 한국에선 ‘오디세이’가 ‘스파이더맨’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했음에도 12일까지 ‘오디세이’ 1062만 명-‘스파이더맨’ 890만 명이다. 한국 외에 해외 대형 영화시장 중 ‘오디세이’ 성적이 ‘스파이더맨’을 능가한 곳은 그리스 로마신화 배경이 된 한 축, 이탈리아 정도다. 더 흥미로운 건, ‘스파이더맨’은 지금껏 3명의 배우가 주인공을 연기한 총 9편의 ‘스파이더맨’ 영화 중 가장 국내 성적이 좋은 엔트리란 점이다. 곧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대로 기대치를 충분히 달성했지만, ‘오디세이’가 너무나도 예상 밖 오버페이스 흥행을 거두는 통에 2026년 여름 승자 자리도 뺏기고 화제 중심에서 밀려났단 것.

 

그럼 이 같은 이례적 ‘오디세이’ 열풍 원인은 뭘까.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나 언론미디어에선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 영향을 거론하기도 한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총 25권이 출간돼 3000만 부 이상 판매된 메가 셀러 얘기다. 한국 유소년층에 그리스 로마신화를 널리 알린 일등 공신으로 잘 알려졌는데, 이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 세대’가 관련 콘텐츠의 탄탄한 팬층으로 성장해 ‘오디세이’ 1000만 관객으로 이어졌단 해석이다. 딱히 무리한 해석도 아니고 ‘타이탄’이나 ‘신들의 전쟁’ 등 그 수혜를 입었다 해석될 수 있는 여타 콘텐츠도 존재하긴 한다. 그런데 시야를 넓혀 보면 그렇게 단순한 도식이 아니란 점도 드러난다.

 

예컨대 아직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 세대가 영화 관객으로 성장하기 전인 2004년 작 트로이 전쟁 소재 ‘트로이’도 386만 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었다. 그 이전 같은 ‘오디세이아’ 원작으로 같은 내용을 다룬 1954년 작 이탈리아영화 ‘율리시즈’부터가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그리스 로마신화 사전 인지도로도 1955년 국내 개봉 시 대단한 흥행을 기록, 1960년대까지 두 차례 더 재수입돼 재상영에 들어가는 선풍적 인기를 누린 바 있다.

 

결국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인지도와는 큰 관계없이, 한국 대중은 수십 년 걸쳐 저 ‘검과 샌들(sword-and-sandal)’ 서브장르에 강한 애착을 지녀왔단 얘기다. ‘삼손과 데릴라’ ‘성의’ ‘쿠오바디스’ ‘벤허’ 등 바이블 에픽 시절부터 다양한 판타지 기반 영화들까지 ‘검과 샌들’ 계통 히트작은 시대 불문 계속 이어졌고, 1980년대 이후로도 ‘코난’ ‘글래디에이터’ ‘300’ 등 계보를 잇는 히트작들이 국내서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이 정도 충성도에 비해 당장 옆 나라 일본만 해도 해당 서브장르에 대한 애착은 크지 않아 좋은 비교가 된다. ‘오디세이’ 역시 개봉 이틀 만에 개봉한지 한 달을 넘어선 자국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에 일간 1위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영화를 연출한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역할론도 거론해 볼 만하다. 일단 놀란 감독은 한국서 어느 정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지닌 게 맞고 ‘인터스텔라’란 ‘1000만 영화’도 이미 한 편 지니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오디세이’ 일대 흥행은 뜻밖이란 반응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의 연출작 3편만 해도 그렇다. 차례로 ‘덩케르크’ 282만 명, ‘테넷’ 201만 명, ‘오펜하이머’ 324만 명이었다. 감독 이름값만으로 1000만이 쉽게 점쳐질 정도는 아니었단 뜻이다.

 

그보단 놀란 감독의 첫 내한 일정이 더 큰 인상을 남겼으리라 짚어볼 수 있다. 해외영화 마케팅에 있어 한국은, 해당 영화의 감독이 국내서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경우, 그들의 내한과 착실한 미디어 홍보활동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는 시장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당장 ‘해외 감독 내한의 정석’이라 불리는 ‘캣츠’의 톰 후퍼 감독 경우가 있다. 엄청난 국내 미디어 홍보활동에 비해 76만 관객은 보잘것없다 여겨질 수 있지만, 그 성적만으로도 한국은 북미 제외 전 세계에서 ‘캣츠’가 가장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 시장 4위에 랭크된다. 전 세계적으로 ‘올해 최악의 영화’란 소식이 빠르게 퍼진 데 비해 꽤 선전을 펼쳤던 셈이다. 지난해 열성적 국내 홍보활동을 펼친 일본영화 ‘국보’의 재일한국인 감독 이상일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국보’ 22만 관객이 적게 여겨질 수 있지만 한국선 ‘10만만 넘어도 성공’ 소릴 듣는 일본 실사영화 현실에 비춰보면 대단한 성과고, 2025년 국내 독립/예술영화 흥행 순위에서도 ‘콘클라베’에 이어 연간 통산 2위에 랭크됐다. 생각보다 꽤 역할을 하는 홍보 툴이란 얘기다.

 

물론 이 밖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개봉 전 아이맥스 화면비 관련 논란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내준 점, 초반 기세가 붙고 난 뒤엔 중장년 관객층까지 부를 만한 소재가 뒷심에 유리해지는 시장 특성 등 거론해 볼 만한 지점들이 많다. 이처럼 ‘1000만 영화’급 문화 현상은 으레 이런저런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탓인 게 상례지만, 미디어는 늘 한두 가지 간명한 원인점을 원한다는 게 문제다. 굳이 그런 요구에 부응해 접근해 본다 해도,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 세대’론보단 저 ‘검과 샌들’ 서브장르에 대한 한국 대중의 오랜 애착은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생각해 보는 쪽이 먼저겠다. 음악영화에 대한 한국 대중의 지극한 애착만큼이나 오랜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부분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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