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당신은 어떤 시를 쓰고 있나요…무대로 온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오늘을 즐겨라’라는 말과 책상 위에 올라선 학생들,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던 마지막 장면까지.

 

1989년 개봉 이후 수십 년이 흘렀지만 영화의 명장면과 명대사는 여전히 강한 울림을 준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그 익숙한 영화를 무대로 옮기면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래서 당신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이번 공연은 톰 슐만의 동명 극본을 원작으로 한 국내 최초 정식 라이선스 초연이다. 1959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찰스 키팅과 입시 중심의 현실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존 찰스 키팅 역은 차인표·오만석·연정훈이 맡았으며, 닐 페리 역의 김락현·이재환·찬희, 토드 앤더슨 역의 김태균·문성현 등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의 목표는 분명하다. 아이비리그 진학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성적과 복종, 정해진 길을 이탈하지 않는 성실함이다. 그런 학교에 새 영어 교사 존 키팅이 부임한다. 그는 첫 수업부터 다르다. 교과서에 적힌 문학의 권위를 의심하게 하고, 책상 위에 학생들을 세운다. 복도를 걸으며 각자의 걸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보여준다. 시를 가르치는 것 같지만, 그가 정말 가르치려는 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 태도다.

 

키팅의 수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다르게 보라’는 주문이다. 책상 위에 올라서는 행위도 그래서 중요하다. 불과 몇십㎝ 높아졌을 뿐인데 익숙했던 교실은 달라 보인다. 타인의 보폭에 맞춰 걷던 학생들도 자신의 걸음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객석 앞에서 직접 펼쳐진다.

 

‘카르페 디엠’ 역시 이 작품에서는 단순한 청춘 예찬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오늘을 즐기라는 말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는 뜻이 아니다.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을 끝없이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경고가 아닐까. 키팅은 학생들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남이 정한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보라고 등을 떠민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키팅만이 아니다. 오히려 키팅을 만난 뒤 흔들리기 시작하는 학생들이다. 부모가 정해놓은 미래, 학교가 요구하는 성공, 또래 집단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처음 발견한다. 누군가는 무대로 향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좇으며, 누군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모든 선택이 아름다운 성장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자유를 깨달았다고 해서 현실의 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은 시인의 사회’는 현실적이다. 꿈을 찾으면 행복해진다는 낙관적인 성장담 대신, 한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과정에는 때로 충돌과 상처,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생들을 짓누르는 것은 악인 한 명이 아니다. 좋은 대학과 안정된 미래를 성공이라 믿는 학교와 부모, 그 기대를 거스르기 어려운 아이들이 맞물려 비극을 만든다. 1989년의 이야기가 지금도 낡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조광화 연출은 학생들을 아직 어디로 자랄지 결정되지 않은 ‘미분화된 존재’로 바라본다. 수많은 가능성을 품었지만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시기다. 그런 학생들에게 키팅은 정답을 대신 골라주는 교사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멘토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교실 밖으로 나온다. 진학을 앞둔 청소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의 기대와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온 어른들의 이야기로도 확장된다.

 

결국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가 남기는 것은 유명한 한마디 ‘카르페 디엠’이 아닐지도 모른다. 타인의 시를 잘 읽는 삶과 자신의 시를 직접 쓰는 삶은 다르다는 것.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차이는 묵직하게 남는다.

 

키팅은 학생들에게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답해야 할 질문을 남겼다. 그 질문은 이제 객석으로 향한다.

 

“당신은 어떤 시를 쓰게 될 것인가.”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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