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다고 느꼈다. 좌절했고, 실망했다.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올 시즌 미네소타 트윈스서 감격적인 메이저리그(MLB) 데뷔를 이룬 고우석(LG)의 회고다. 도전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버티고 버텼지만, 결국 MLB 통산 4경기 4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9.00이라는 숫자를 남기고 최근 KBO리그로 복귀했다.
MLB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 빅리거들도 녹록지 않다.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다.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최근에는 대수비로만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김혜성(LA다저스)은 마이너리그에 머물고 있다.
앞서 KBO리그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향한 좌완 투수 양현종(KIA)과 내야수 박병호, 황재균(이상 은퇴) 역시 실력의 벽을 넘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KBO리그를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선수는 많았지만,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례는 류현진(한화)과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정도다. 류현진은 부상이라는 암초에 걸려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MLB 통산 78승을 수확했다. 절정기였던 2019년에는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오르기도 했다.
이정후는 역시 올 시즌 팀 주전으로 활약하며 133경기 출전, 타율 0.279, 140안타 9홈런 53타점 62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중반 타율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커리어 하이’ 페이스를 달리며 팀의 핵심 타자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이들 모두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한 뒤 태평양을 건넜다. 하지만 누군가는 안착했고, 누군가는 돌아왔다. 어떤 차이였을까. 성적표에 새겨지는 기록에 있지 않다.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확실한 경쟁력’의 차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 야구인은 “KBO리그에서 얼마나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는지보다 빅리그에서도 통할 확실한 경쟁력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실제 류현진의 경우 언제든지 150㎞를 던질 수 있는 좌완이라는 강점으로 초창기 KBO리그를 압도했다. 하지만 거포들이 득실대고, 매년 강속구 투수들이 수십명씩 쏟아지는 MLB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 경기 운영 능력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이정후 역시 장타력보다는 정확한 타격과 뛰어난 선구안, 낮은 삼진율이라는 그만의 강점을 살려 생존하고 있다.
경쟁 체제와 환경에 대한 적응도 관건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곳, 조금이라도 경쟁에서 뒤처지면 기회는 급속도로 줄어든다. 만회할 기회도 많지 않다. 환경도 같은 맥락이다. 이동 거리가 길고, 시차 적응도 빨라야 한다. 체력을 관리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 전문가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며 “철저한 자기 주도형 자율 시스템, 데이터 기반의 관리형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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