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 너머 태권도②] ‘종주국’도 버추얼에선 추격자… 한국, 격차 좁히기 시동

사진=태권도진흥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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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도 많이 늦은 감이 있죠.”

 

조유진(용인대) 태권도 대표팀 코치의 진단은 냉정했다.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익숙한 수식어도 버추얼 세계에서는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 처음 정식 메달이 걸리는 버추얼 태권도만큼은 한국도 후발주자다.

 

먼저 움직인 곳은 싱가포르다. 2023년 올림픽 e스포츠 위크에서 버추얼 태권도가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이듬해 첫 세계선수권도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당시 23개국에서 120명 넘는 선수가 참가했다. 이후 국가개발대표팀을 별도로 선발하고 전담 트레이너까지 두며 전문 육성체계를 갖췄다. 지난해에는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랭킹도 도입됐다.

 

AG 개최국 일본의 발걸음도 빠르다. 전일본태권도협회는 지난해 버추얼 리그인 VTJ를 출범시켰고, 2028년 회원 1000명 이상을 거쳐 2032년에는 1만명과 47개 도도부현 전역 리그 개최를 목표로 세웠다. 올해도 도쿄와 지바, 효고 등에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와 헝가리, 이탈리아에서도 대회와 체험 프로그램이 잇따르며 유럽으로 저변이 넓어지는 단계다.

 

사진=태권도진흥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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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코치는 “해외에서는 2∼3년 전부터 전문적으로 준비해왔다”며 “하루에 몇 시간씩 시간을 정해 훈련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나의 스포츠로 받아들이고 그만큼 시간과 지원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제 실전 환경부터 따라잡고 있다. 지난달 말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합동훈련캠프에는 AG 출전자 8명과 국제심판 등 8개국 30여명이 모였다. 대표팀은 이 자리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달라진 센서와 프로그램을 접했다. 조 코치는 “쓰던 버전과 차이가 적지 않았다”며 “AG와 같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관련 장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훈련 체계도 조금씩 갖춰지는 중이다. 대표팀은 남은 기간 버추얼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고, 용인대는 이번 학기 관련 수업을 개설했다. 기존 태권도 기량만큼 장비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종목인 만큼 경험을 쌓을 환경부터 넓혀야 한다는 판단이다. 조 코치는 “AG 정식종목이 되면서 관심이 커졌다. 늦은 만큼 이제는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메달리스트 이다빈이 2024년 9월4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무주 태권도원 2024 국제 오픈 버추얼 태권도 대회' 이벤트경기에 참석해 진지한 모습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메달리스트 이다빈이 2024년 9월4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무주 태권도원 2024 국제 오픈 버추얼 태권도 대회' 이벤트경기에 참석해 진지한 모습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격차를 좁힐 거점은 무주다. 태권도원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WT 버추얼 태권도 중앙훈련센터로 지정됐다. 기존 체험공간을 리모델링해 국제대회 규격의 경기 환경과 일반인 체험시설을 갖추고, 향후 해외 대표팀의 전지훈련까지 받을 계획이다.

 

구체적인 다음 단계도 이미 잡혔다. 태권도진흥재단은 지난 5일 WT, 대한태권도협회와 2027 세계태권도 버추얼 선수권대회 무주 개최 협약을 맺었다. 김중헌 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실제 대회와 같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버추얼 태권도는 남녀나 연령, 품새·겨루기 구분 없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게 큰 특징”이라며 “게임의 재미에 신체 활동까지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새로운 흐름을 바라보는 태권도계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조 코치는 “처음에는 ‘저게 스포츠야?’라는 생각도 했다”면서도 “이제는 정식 경기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시대에 맞게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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