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 너머 태권도①] ‘금빛 이도류’ 노리는 안향식 “애국가 두 번 울려 퍼지게”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선수 본인 제공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선수 본인 제공

 

“두 종목 모두 자신 있습니다. 둘 다 정상을 바라봐야죠.”

 

태권도 국가대표 안향식(용인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 보기 드문 도전에 나선다. 주 종목인 겨루기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메달 종목이 된 버추얼 태권도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다. 매트와 가상세계를 오가며 한 대회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겨냥한다.

 

먼저 잡은 티켓은 겨루기였다. 남자 58㎏급 안향식은 지난 3월 말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김종명(서천군청), 박태준(경희대)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뒤 6월 최종선발전에서도 김종명을 상대로 2경기를 내리 따내 AG행을 확정했다. 곧이어 예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버추얼 태권도였다.

 

생소한 출발이었을 터. 불과 몇 달 전 시작된 인연이기도 했다. 지난 5월 진천선수촌에 장비가 들어오면서 VR 헤드셋과 센서를 난생처음 착용했다. 야간마다 동료들과 익혀나갔고, 한 달 뒤 겨루기 국가대표 4명이 참가한 버추얼 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안향식은 “처음엔 그냥 게임 같았다. 그래서인지 긴장도 하지 않고 편하게 했는데 어쩌다 보니 결승까지 올라가 우승했다”고 돌아봤다.

 

안향식(오른쪽). 사진=세계태권도연맹·태권도진흥재단 공동제공
안향식(오른쪽). 사진=세계태권도연맹·태권도진흥재단 공동제공

 

웃으며 시작했지만 파고들수록 만만치 않았다. 한 라운드는 1분에 불과해도 상대의 체력 게이지를 깎으려면 공격을 쉴 새 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얼굴 높이까지 다리를 반복해 끌어올리다 보니 체력 소모가 컸고, 효과적인 발차기를 집중적으로 연습하다 햄스트링에 통증까지 왔다. 그는 “쉽게 끝나지 않으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얼굴 공격이 많아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겨루기에서 익힌 감각을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눈앞의 선수 대신 헤드셋 속 아바타와 거리를 재고, 허벅지와 종아리에 붙인 센서가 움직임을 읽는다. 발차기의 각도에 따라 유효타 여부도 달라진다. 공격을 누적해 상대를 3초간 무방비로 만드는 ‘스턴’도 승부의 변수다. 안향식은 “상대를 맞힐 수 있는 각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체급과 성별의 경계도 사라진다. 안향식은 경량급의 빠른 발을 강점으로 꼽으면서도 “여자 선수들은 유연성이 좋고 정확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8월 말 무주 태권도원 합동훈련캠프에서는 토너먼트 정상에 오르며 자신감도 키웠다. 한성고 재학 시절 버추얼 대회 입상 경험이 있는 용인대 후배 이규민은 스파링 파트너로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태권도진흥재단 제공
사진=태권도진흥재단 제공

 

용인대에서도 안향식을 지도하는 조유진 대표팀 코치는 “캠프에서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시스템을 빠르게 이해하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갔다”며 “잘 준비한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류’의 시험대는 다음 달 2일 찾아온다. 안향식은 오전 버추얼 태권도 16강을 시작으로 승리할 경우 결승까지 내달린 뒤, 같은 날 오후에는 본업인 겨루기 무대 역시 마찬가지다. 16강부터 시작해 진출할 시 결승까지 전부 소화해야 한다. 두 종목을 모두 제패하면 단체전이 없는 AG 태권도서 사상 처음으로 2관왕에 오르게 된다.

 

요즘 그의 하루가 둘로 나뉘는 이유다. 오전에는 버추얼, 오후와 야간에는 겨루기에 매달린다. 강행군 끝에 그리고 싶은 장면은 하나다. 안향식은 “일본에서 애국가가 두 번 울려 퍼지게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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