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결과로 말하고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를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이를 이겨내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35경기 연속 승리하며 팀을 무패행진으로 이끈 지도자가 있다. 1월에 시즌을 시작해서 8월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박미르달 감독(인천유나이티드 U15 광성중)이다.
박 감독은 올 시즌 감독으로 처음 부임해 35경기 무패행진을 이끌었다. 2026 울진 금강송[매화] 춘계 중등 U15 축구대회 우승, 제46회 인천광역시 협회장기 축구대회 우승, 2026 K리그 주니어 U15(B조) 전반기 우승,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15세 이하부] 우승, 2026 K리그 U15 챔피언십 4강 등 국내 굵직한 대회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렸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하기엔 엄청난 성과다.
놀랍게도 박 감독은 선수 출신이 아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올라온 지도자다. 이 글을 읽는 지도자들은 이 과정이 얼마나 순탄치 않은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엄청난 인내와 고뇌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잘 버텼기 때문에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박 감독은 유학파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맞지 않았다. 영국으로 대학을 가게 된다. 퀸 메리 런던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던 중 생각지 못한 영감을 얻게 된다.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한국의 유명한 축구인들이 이곳에 공부하러 많이 왔었어요.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준비를 잘해서 한국에 간다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겠구나.” 실제로 박 감독은 이 시기에 지도자가 되는데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양한 학문을 습득하며 견문을 넓혔다. 필자가 박 감독과 이야기하면서 놀란 부분은 스포츠 심리학의 다양한 용어를 거의 다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과학을 얼마나 습득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감독은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시작은 취미반에서 미취학 아동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셔틀버스를 운전해 아이들을 픽업하고 하원 시키는 일까지 소화했다. 연차가 쌓이면서 선수반도 지도할 수 있게 됐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 선수들을 접했다. 하루하루가 정말 고되고 벅찼지만 이 시기에 엄청난 것을 배우게 된다. “다양한 연령대를 지도하면서 지도 방법이나 대화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선수의 성향에 따라 효과적인 지도 방법과 대화 접근법을 스스로 깨우치게 되면서 지도의 방향과 기준을 세울 수 있었어요.” 박 감독은 이 시기에 자신만의 차별성과 강력한 무기를 만들게 된다.
12년 동안 묵묵히 지도자 생활을 하던 중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당시 인천유나이티드 수장이었던 이성규 U15 광성중 감독이다. 이 감독으로부터 수석코치 제안을 받게 된다. “모든 것이 새로웠던 것 같아요. 다양한 시스템을 명확하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어요.” 하지만 어려움도 같이 따라왔다. 좋지 않은 팀 성적만큼 고민도 많아졌다. “당시엔 제자들을 보면서 버텼던 것 같아요. 인천 U18 대건고에 올라가서 잘하고 있는 제자들을 보거나 이전 팀에서 지도했던 선수들이 프로에서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내고자 했어요.” 절치부심한 박 감독은 부족한 점을 계속 채우며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
박 감독은 인천에서 3년간 수석코치 생활을 한 뒤 올 시즌 감독으로 부임했다. 35경기 무패행진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공개한다. “처음에는 욕심을 냈어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해보고 싶었지만 딱 일주일밖에 못 갔어요. 저를 내려놔야 했고, 보채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 박 감독은 자신의 강력한 무기를 팀에 하나씩 하나씩 적용했다. “팀 선수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을 통해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박 감독은 팀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했고 신뢰를 쌓았다. 무언가를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소통을 통해 결정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대로 인정했다. 박 감독은 팀 훈련이나 시합 상황에서 자신이 실수를 하면 팀 선수들 앞에서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팀의 규범도 팀 선수들과 직접 소통해 설정했다. 이러한 과정은 코칭스태프와 팀 선수들 간에 관계를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으로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신뢰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유능한 지도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소통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지도자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박 감독의 차별성이라고 생각이 된다.
박 감독은 팀에 무임승차 선수를 키우지 않는다. 무임승차 선수는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거나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가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이러한 판단과 결정을 하는 지도자가 아주 많다. 팀 응집력은 물론이고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박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아주 냉정하다. 팀의 핵심 선수라도 팀 훈련을 쉬었다면 몸 컨디션이 회복할 때까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다. 또 부상에서 회복이 됐다고 해도, 복귀 테스트에 합격해야 팀 훈련에 참여할 수 있다. 만약 1분 안에 들어와야 하는 테스트에 1분 1초에 들어왔다면 불합격이다. 박 감독은 기준을 만들어 팀 선수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전술·전략은 어떻게 준비했을까. “상대 팀 분석을 많이 하지만 팀 선수들에게 시나리오를 설정해 주지 않아요. 경기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문제를 던져주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 같아요.” 가령 상대 팀과 경기를 하다 보면 선택의 순간이 온다. 상황에 따라 플랜A, B, C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준비하도록 이끈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문제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경기에서 무너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러한 부분들이 바뀌었어요.” 박 감독은 팀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하며 축구를 할 수 있게 도왔다. 이러한 부분이 숙달되자 벤치에서 더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박 감독은 벤치에서 흥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끝이 아니다. 박 감독은 매일 팀 훈련을 마친 후 자각도를 체크한다. 자각도는 팀 선수들의 훈련 참여 인식 수준을 말한다. 예를 들면 컨디션, 팀 훈련 만족도 및 개선점, 팀 훈련에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등이 이에 속한다. 박 감독은 수집된 데이터를 절대 간과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내용이 있으면 적극 반영한다. 선수들이 요구한 훈련 프로그램을 적극 수용하기도 한다. 추가적으로 팀 선수들이 궁금해 하거나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 있으면 미팅을 통해 공식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이러한 박 감독의 대처는 자각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게 된다. 중요한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할 때도 팀 선수들의 자각도 데이터가 큰 힘이 됐다.
박 감독은 팀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지도자와 선수 간에 수평적 관계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이러한 과정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이어졌다. 팀 응집력과 위닝 멘탈리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지고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 무서운 것은 팀에 어려움이나 위기가 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도자와 선수 간에 신뢰와 믿음이 있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을 분석하면 UCLA의 전설적인 명장 존 우든 감독이 떠오른다. 12년 동안 미국 대학농구(NCAA)에서 10회 우승과 88연승의 업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물론 박 감독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수평적 관계에서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성과를 만든 부분은 동일하다. 박 감독은 현재 진행형 지도자이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필자는 박 감독이 비선수 출신도 잘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증명해 주길, 전설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이상우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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