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보이더라고요.”
제 옷을 찾은 걸까. 우완 투수 이로운(SSG)이 눈부신 피칭을 자랑했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6⅔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리그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곽빈(두산)과의 맞대결서 밀리지 않았다. 보직 전환 두 경기 만에 거둔 데뷔 첫 선발승이다. 사령탑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야구를 대하는 자세였다. 이숭용 SSG 감독은 “(수훈) 인터뷰를 보니 미안했다는 얘기를 먼저 꺼내더라. 점점 성숙해지고 있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했다. 시즌 중간에 보직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다. 심지어 불펜에서 선발로 이동하는 것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하는 만큼 체력적으로 뒷받침돼야하는 것은 물론 투구 패턴도 바뀌어야 한다. 이로운은 8월부터 한 달간 퓨처스(2군)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체지방만 8㎏ 감량하는 등 다시 몸을 만들었고, 투구 수도 49개-64개-80개로 차근차근 올렸다. 이 감독은 “짧지만 굉장히 힘들게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이로운은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5순위)로 SSG 유니폼을 입었다. 선발로 가능한 자원으로 봤다. 이 감독의 시선 역시 비슷했다. 다만, 프로 데뷔 후 줄곧 불펜으로만 뛰었다. 올해 아시안게임(AG)도 있는 만큼 일단은 전략적으로 기존 보직을 유지하도록 했다. 아쉽게도 이로운은 AG 대표팀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더욱이 불펜서 지난 시즌(33홀드)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 상황. SSG는 고민 끝에 이로운의 선발 전환 시기를 앞당겨보고자 했다.
이제 시작이다. 시간을 두고 선발 준비를 한다면 더 힘이 붙을 수 있다. 이 감독은 “마무리캠프부터 몸을 잘 만들고 계획대로 나아가다 보면 확률적으로 더 좋아질 가능서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잠재력은 일단 합격이다. 이 감독은 “(이)로운이가 가진 구종들의 가치를 살펴봤다. 직구(투심)를 비롯 슬라이더, 체인지업, 스플리터,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까지. 흔히 말하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상황에 따라 맞춰 잡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로운 역시 선발 후보 중 한 명일뿐이다. 자리를 쟁취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치열한 국내 선발 경쟁이 예상된다. 내년엔 ‘에이스’ 김광현이 복귀하는데다 김건우, 김민준, 최민준, 이로운 등 자원이 많다. 구단은 군 문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면서 장기적 계획을 짤 듯하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선발로 뛰었던 자원들도 내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라며 “선의의 경쟁이 팀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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