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어갔다고 다음 슛을 안 쏠 수는 없잖아요(웃음). 계속 나를 믿고… 또 쏠 겁니다.”
공이 림을 벗어나도 꺾이지 않는 자신감으로 ‘다음’을 준비한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AG)인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를 앞둔 ‘눈꽃슈터’ 유기상(LG)의 자세다.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일본서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유기상은 대표팀의 조커로서 한국 남자농구의 12년 만의 정상 탈환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에서도 유기상의 가장 확실한 무기는 외곽 포격이다. 지난해 아시아컵서 3점슛 성공률 48.6%를 써냈고, 레바논전에선 8개를 꽂아 넣으며 28점을 몰아쳤다. 그러나 올해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 체제에선 월드컵 예선 3점 성공률이 26.5%에 머물렀다. 한국 전체도 감독 부임 후 첫 8경기에서 24.6%에 그쳤다. 유기상과 대표팀 모두 주무기의 위력을 되찾아야 했다.
마지막 평가전서 반가운 장면이 나왔다. 가벼운 무릎 통증으로 필리핀과의 1차전을 쉰 유기상은 지난 6일 수원서 열린 2차전에 교체 출전, 14분52초 동안 15점을 올렸다. 3점슛 8개 중 5개를 넣었고, 특히 1쿼터에 4개를 몰아넣어 답답했던 공격에 활로를 열었다.
마줄스 감독 역시 거리에 상관없이 기회가 나면 과감하게 던지라며 힘을 실어줬다. 한국은 이날 69-42로 이겼다.
선수 본인은 슛 감각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벤치에서 상대 수비를 살피며 자신의 차례를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유기상은 “상대가 공간을 많이 줬다. 들어가면 자신 있게 쏴야겠다고 생각했다. 찬스가 났고 슛도 잘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필리핀이 정상 전력은 아니었던 만큼 대승에 만족하지도 않았다. 본무대에서는 높이의 열세를 빠른 공격과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으로 메워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코트를 넓게 쓰고 한 발 더 뛰면서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더 좋은 타이밍에 슛을 던지면 성공률도 올라갈 것이다. 서로 소통하며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전 시간보다 중요한 건 팀에 얼마나 보탬이 되느냐다. 유기상은 “선수라면 많이 뛰고 싶지만, 지금은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뛰면 뛰는 대로, 안 뛰면 안 뛰는 대로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응원도 든든하다.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인 아버지 유영동과 어머니 박영아는 모두 1994 히로시마 AG 금메달리스트다. 유기상도 2024년 일본에서 성인대표팀 데뷔전을 치렀고, 이때 평가전 2차전서 3점슛 5개 포함 17점을 올렸다.
그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느낌이 좋다며 부담 없이 자신 있게 하고 오라고 하셨다. 잘하고 돌아오는 게 최고의 효도인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학생 시절 지켜본 2014 인천 AG 우승 장면을 지금도 다시 찾아본다. 그때의 기쁨을 이젠 코트 위에서 직접 나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난적들이 이 앞을 막아서고 있다.
유기상은 “이번 대회를 통해 동료들과 함께 농구 인기를 다시, 더 크게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 같이 시상대 맨 위에 올라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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