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공연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업계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된다. 공연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민관산학 협의체가 출범하면서 공연 현장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어떻게 측정하고 줄일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 공연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협의체’ 출범식과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문체부가 후원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케이팝포플래닛,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국회·정부·공연·행사 업계·학계·시민사회가 한자리에 모여 공연산업의 탄소중립 기준과 정책 방향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팬덤이 확대되며 공연 산업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선언을 넘어 실제 공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과 실천 방안을 마련할 때라는 점에서 이번 협의체 출범이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공동 주최한 김재원·노종면·조계원·진선미·최민희 의원도 협의체 출범을 축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연산업의 탄소배출량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공통 기준과 함께, 중소 사업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법무법인 세종 이지은 선임연구원은 일부 지역에서 기후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흐름에도 투자자와 공급망, 글로벌 파트너사의 환경정보 요구는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그는 해외 투어와 국제 협업이 활발한 케이 콘텐츠 산업에서 탄소배출 측정⋅보고 역량은 시장 접근과 협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만큼, 탄소중립을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산업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드플레이가 이전 투어 대비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고, 영국 샴발라 페스티벌이 현장 재생전력 100% 운영을 실현하는 등 해외 공연산업의 전환 사례도 소개됐다. 국내에서도 YG와 SM 등이 공연 탄소 배출량 측정에 나서는 긍정적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중소 사업자와 다양한 공연·행사로 확산할 수 있는 공통 기준과 지원 체계는 아직 부족하다.
이지은 선임연구위원은 “K-팝의 저탄소 전환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 필요한 것은 선도 기업의 실험을 산업 전체가 선택할 수 있는 운영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공통 산정기준과 측정체계를 마련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데이터 확보와 측정 방식의 어려움도 제기됐다. 사운드얼라이언스 한문규 대표는 최근 ‘서스테이너블 웨이브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디젤 발전기 사용을 줄이고자 이동형 ESS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 공연을 직접 운영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며 감축을 꾀해야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실제 제작 방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공통의 데이터 기준과 측정 도구, 현장과 기후 분야를 연결하는 전문적인 조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일의쓰임 조효진 대표는 관객 이동과 무대·조명·음향 등 공연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 김강 이사는 최근 2PM 콘서트에서 탄소발자국 산정을 위해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를 요청받는 등 업계의 측정⋅관리 움직임이 실제로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우선 공연산업의 탄소배출 현황을 파악한 뒤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유미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면 문제 제기에 앞서 현황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며 “2023~2024년 콘텐츠 전 분야를 대상으로 탄소배출계산기를 개발했지만 현장 적용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원 제작, 공연·행사 등 분야별 탄소배출계산기를 만드는 시범 단계에 있다. 그 데이터를 통해서 산업의 현황이나 문제점 등을 알아보고 적용할 수 있는 분야와 감축 수준 정도를 확인하려고 한다”며 “이러한 실태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업계와 가이드라인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공연 분야 탄소배출 측정 도구의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이강훈 콘진원 미래정책팀장은 “저탄소 중립 전환이라는게 개별 기업이 담당하기엔 어려운 문제다. 특히나 음악 공연 분야 같은 경우는 굉장히 다양한 주체가 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공공에서의 인프라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콘진원은 2023년 콘텐츠 전반의 탄소중립 가이드북을 시작으로 2024년 방송 분야 탄소배출계산기 연구, 지난해 공연·행사 분야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SM·하이브·JYP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3사와 함께 서울·인천 지역 공연장을 중심으로 베타테스트 성격의 시범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개발한 공연·행사 탄소배출계산기를 고도화하고, 향후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단계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음원·음반 제작 분야의 탄소배출계산기 연구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협의체는 향후 탄소배출 측정을 시작으로 공연 에너지 전환, 폐기물 감축·관리, 인센티브 설계 등을 논의해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방향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문체부의 공식 가이드라인 제정·보급과 관련 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한다.
케이팝포플래닛 이다연 캠페이너는 “K-팝이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음악으로 성장한 데는 팬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고, 팬으로서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K-팝이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앞장서 지속가능한 공연의 기준을 제시하고, 글로벌 음악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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