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일 만에 열린 철문… ‘숨가쁜 하루’ 체육단체들, 남은 건 허탈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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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들어가니까… ‘아, 이 익숙한 곳을 석 달 넘게 못 들어왔구나’ 싶었죠.”

 

대한우슈협회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허탈함이 묻어났다. 체육인들의 발길을 가로막았던 철문은 95일 만에 마침내 열렸다.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는 상자를 든 종목단체 직원들이 경찰이 낸 길을 따라 차례로 들어섰다. 반가움을 나눌 틈도 없이 각자 사무실로 향해 컴퓨터와 외장하드, 서류 등 당장 필요한 물품부터 챙겼다.

 

눈앞에 펼쳐진 사무실 풍경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 평범함이 그동안의 비정상적인 공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수차례 진입을 시도하고도 번번이 발길을 돌려야 했던 우슈협회 관계자는 “이번에는 경찰이 인간띠를 만들어 직원들이 오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줬다.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며 “이렇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을 그동안 왜 못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당분간 다시 들어오지 못할 가능성까지 고려해 꼭 필요한 물품부터 골라야 했다.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은 직원 5명이 모두 들어가 약 15상자 분량의 자료와 문서, 컴퓨터 본체 등을 챙겼다. “웬만하면 1시간 안에 끝내자는 얘기가 있었다. 정신없이 물건을 빼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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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협회는 전산자료와 인감도장, 직인을 우선 챙겼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장비를 진천선수촌에 공급하기 위한 계약도 직인 부재로 제때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석 달 넘게 사무실에 묶여 있던 핵심 자료와 행정 수단을 확보하면서 그동안 막혀 있던 업무에도 비로소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

 

댄스스포츠연맹도 임시 사무공간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제공한 노트북으로 업무를 이어왔다. 기존 자료가 사무실 컴퓨터에 남아 있어 다시 만들어야 했고, 유선전화도 끊겨 공식 업무는 주로 이메일에 의존했다. 심판·지도자 자격증 양식까지 사무실 안에 있어 관련 발급도 멈춰 있었다.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자료만 가져온 만큼 내일부터 바로 정상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반출 작업을 마친 직원들은 짐을 차량에 옮긴 뒤 차례로 준비된 버스에 올라 현장을 빠져나왔다. 당장 필요한 물품을 손에 넣었다는 안도감은 컸지만, 봉쇄 사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금세 조심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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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연락이 닿은 또 다른 종목단체 관계자는 “필요한 물건은 잘 챙겼다. 정말 다행”이라고 전하면서도 이내 “죄송하지만 이 이상의 말씀은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체육계 전반에 비슷한 기류가 흐른다. 오랜 기간 업무 차질을 감내하고도 자칫 발언이 정치적으로 소비되거나 개인과 단체를 향한 공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부담에 피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경기장 주변서 이어진 충돌과 폭언 등을 가까이서 겪고 지켜본 이들에게 남은 피로감도 가볍지 않을 터. 굳게 닫혔던 철문은 열렸지만, 아무 관련 없는 체육인들이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일마저 눈치를 봐야 했던 지난 95일은 씁쓸한 민낯으로 남았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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