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다행입니다.”
마침내, 문을 열었다.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들이 8일 오전 경찰 지원을 받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부에 진입했다. 지난 6월5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봉쇄 시위가 시작된 지 95일 만이다. 3개월 넘게 내부에 묶여 있던 장비와 서류 등을 일부 반출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출입 제한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각 단체의 행정업무 및 대회 운영, 국가대표 선수단 지원 등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종목단체 직원들은 오전 9시 집결, 9시20분부터 각자 사무실로 흩어져 업무용 물품을 챙겼다. 컴퓨터와 전산 장비, 파일, 행정 서류, 회계·계약 자료 등을 우선적으로 주워 담았다. 국가대표 훈련과 대회 참가 관련 물품, 대회 운영 물품 등도 반출 대상이었다. 물론 선거 관련 물품들이 보관된 곳을 통제한 채였다. 종목 단체 대표를 맡은 함세희 대한수중핀수영협회 사무처장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노트북, 인감, 서류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를 반출했다. 단, 100%라곤 할 수 없다”며 “이 사안이 빨리 정상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숨통이 트인다. 핸드볼경기장엔 총 12개의 종목 단체가 입주해 있다. 이 중 대한체육회 회원 종목 단체는 9개다. 심지어 댄스스포츠, 산악, 세팍타크로, 우슈, 펜싱, 핸드볼 등 6개 종목은 오는 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 나선다. 대회를 불과 열흘 정도 앞둔 상황서 겨우 장비와 서류를 챙길 수 있게 된 것. 함 사무처장은 “이제라도 자료들을 반출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비단 AG 준비뿐 아니다. 관련 단체들의 경우 말 그대로 체육행정이 마비돼 있었다. 당장 대학 입시와 취업 등에 필요한 경기실적증명서 발급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대한체육회는 그간 임시 사무 공간 확보와 관계기관 협의, 긴급 행정지원 등 가능한 대응을 이어왔다.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임시조치만으론 정상적인 체육행정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한편, 정부와 관계 기관에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했다.
핸드볼경기장 진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0일과 이달 4일 두 차례 걸쳐 경찰에 경기장 출입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6월16일엔 9개 종목단체가 모여 국민의힘 중재로 경찰 도움 아래 출입문 앞까지 가기도 했다. 당시 한 여성 시위 참가자가 손잡이를 붙잡고 있어 실패했다. 7월2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현장 검증을 위해 핸드볼경기장 내부에 들어갔지만, 이때도 종목단체 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도 시위대 반발은 있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김대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AG가 목전에 있는 만큼 부득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적극 협조해주신 경찰 당국과 응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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