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같은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세계 챔피언마저 예외는 없었다. 아시안게임(AG) 출전권을 놓친 서은수(한국체대)는 아픈 기억에 머물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남자 58㎏급 올림픽 랭킹 1위에 올라 자신의 경쟁력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 이제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태극마크를 향해, 남은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7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서 만난 서은수는 “한국 선수들과 비교하면 성적과 경험 모두 부족하다. 그래도 지금 랭킹 포인트는 내가 가장 높다”며 “부담에 떨기보다는 오히려 즐기려고 한다. 그래야 더 간절한 순간에 힘을 낼 수 있고 후회도 남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도 따라오고 있다. 지난 6월 로마 그랑프리에서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5일 막을 내린 무주 그랑프리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9월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에서 66점을 마크, 비토 델라킬라(이탈리아·60점)를 제치고 58㎏급 선두에 섰다.
국제 경쟁 못지않게 국내 관문이 높다는 점을 빼놓기 어렵다. 이번 무주 대회에선 배준서(강화군청)가 금메달, 박태준(경희대)이 은메달, 서은수가 동메달을 나눠 가졌다.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준과 세계선수권 2회 우승자 배준서가 한 체급에 버티고 있다. 여기에 양희찬(한국가스공사), 김종명(서천군청), 박민규(용인대) 등도 경쟁을 벌인다.
서은수는 이 두꺼운 선수층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했다. 지난 3월 아이치·나고야 AG 국가대표 1차 선발전 58㎏급에는 26명이 출전했다. 안향식(용인대)이 1위, 김종명이 2위, 박태준이 3위를 차지했고 서은수는 입상하지 못했다. 이후 안향식이 최종 선발전에서 김종명을 꺾고 AG 대표로 뽑혔다.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서은수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세계 정상에 서 있었다.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뒤 같은 해 10월 중국 우시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4㎏급에서 우승했다. 첫 출전한 성인 세계선수권에서 64강부터 결승까지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는 등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54㎏급은 올림픽 정식 체급이 아니다. LA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남자 최경량 올림픽 체급인 -58㎏급에서 새롭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이 체급을 경험한 서은수는 올해 본격적인 적응에 나섰다.
아직 숙제는 남아 있다. 서은수는 “이 체급에서 많이 뛰어보지 않아 아직 내 몸 같지 않은 느낌이 있다. 위 체급 선수들과 붙으면 힘에서 밀리고 체력 소모도 빠르다”며 “조금 더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과 내가 가진 기술을 더 잘 살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짚었다.
AG는 놓쳤지만 올림픽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을 각오다. 온전히 58㎏급을 완전히 자신의 체급으로 만드는 데 쓰려 한다. 그는 “올림픽 랭킹을 잘 지키면서 내년 세계선수권 2연패를 목표로 하겠다”며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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