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논란은 인기 아이돌 공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주요 프로스포츠 경기에서는 과거부터 암표 거래가 성행했고, 최근에는 영화 등 문화체육계 전반으로 문제가 번지는 양상이다.
◆문화체육계 전반 암표 몸살
올여름 극장가 흥행 질주 중인 영화 ‘오디세이’는 개봉 초기 암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덤을 가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은 이 작품은 전 세계 장편영화 최초로 전 장면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해 CGV 특별상영관인 아이맥스관에 특히 수요가 몰렸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이른바 명당 자리가 10만원대에 판매됐고, 국내 최대 규모 스크린을 자랑하는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 상영관은 최고 3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아이맥스관 티켓값 정가는 시간대에 따라 1만7000~2만1000원 선이다. 특히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좋은 좌석을 미리 확보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파는 거래가 나타나면서 관객의 불만이 커졌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암표 제보 접수에 나섰고, 6일 만에 무려 391건의 신고가 쏟아졌다.
스포츠 쪽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는 348회에 걸쳐 4300만원어치 프로야구 입장권을 매크로로 사들인 뒤 되판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정부도 개정법 시행 전부터 스포츠 암표에 손을 댔다. 문체부는 지난 6월 상반기 신고·모니터링 자료를 분석해 다량 판매 정황이 확인된 암표상 15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스포츠 분야만 놓고 보면 11명이 670장, 3684만6000원어치를 내놓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 판매자는 입장권 110장을, 또 다른 판매자는 특정 경기 티켓만 54장을 올렸다. 지난해 1200만명 이상이 찾은 프로야구가 암표상에게는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이 된 셈이다.
◆법 시행되자 사은품 꼼수
규제 강화만으로 암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법 시행 직후부터 단속을 피하려는 변칙 거래가 등장했다. 티켓을 직접 팔지 않고 다른 상품에 높은 값을 매긴 뒤 티켓을 사은품으로 얹어주는 이른바 끼워팔기다.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야구선수 사진을 장당 7만5000원에 판매하면서 경기 티켓을 사은품으로 고를 수 있게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상품 사진은 야구장 좌석 배치도였고 좌석별 금액이 함께 적혀 있었다. 프랜차이즈 카페 기프티콘을 60만원에 사면 아이돌 시구 경기 티켓을 준다거나 미개봉 앨범을 구매하면 콘서트 티켓을 증정한다는 글도 확인됐다.
이런 방식이 규제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실제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매긴 상품에 티켓을 덤으로 주는 형태는 사회 통념상 암표로 볼 수 있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티켓 자체는 정가에 팔면서 별도 물품을 고가에 묶어 파는 방식은 구조가 달라 단속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결국 어디까지가 터무니없는 값인지는 개별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법이 정한 금지 행위와 현실의 변칙 거래 사이 간극이 새로운 단속 과제로 떠올랐다.
◆남은 과제는 적용 범위와 집행 체계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실무적인 단속 체계를 갖추는 일은 이제부터다. 매크로 사용과 관계없이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지만 제도 보완이 필요한 대목도 남아 있다.
정부는 우선 적용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번 개정은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을 손본 것이다 보니 공연과 프로스포츠에 한정된다. 영화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소관이라 규제망 밖에 있다. 특별관 티켓이 정가의 다섯 배 넘는 값에 거래돼도 판매자에게 행정조치를 내릴 근거가 없었던 이유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관계기관 회의에서 “특수 상영관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영화 암표 문제에 대해서도 규제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반영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통과되면 영화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도 본인 확인, 부정거래 게시물 차단 등의 의무를 지게 된다.
집행 체계도 과제다. 개정법은 신고포상금 제도를 새로 도입해 부정구매를 신고하면 최대 5000만원, 부정판매를 신고하면 위반자에게 부과된 과징금의 50% 범위에서 포상금을 지급한다. 다만 부정판매 포상금은 과징금 부과가 확정돼야 나오는 구조여서 신고에서 수령까지 시차가 불가피하다. 암표를 발견해 신고해도 실제 수사와 제재로 이어지는 경로가 자리 잡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신고기관에 주어진 권한이 어떻게 작동하느냐도 관건이다. 신고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판매자와 플랫폼에 부정거래 게시물 작성자 정보, 정보통신망 접속 기록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암표상을 특정할 최소한의 수단을 확보한 셈이지만 이렇게 모은 정보가 수사기관으로 얼마나 신속히 넘어가느냐는 별개 문제다. 문체부는 경찰청·공정거래위원회와 예매처, 중고거래 플랫폼, 관련 협회 등 19개 기관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시행 초기 이 체계가 실제로 굴러가는지가 개정법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판매자 처벌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인기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의 좌석 수는 한정된 반면 정가보다 몇 배의 돈을 내더라도 티켓을 구하려는 수요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판매자를 사후에 추적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형성된 암표 시장을 따라잡기 어렵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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