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인 줄 알면서도 손이 가요.”
얼마 전 열린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한 팬 A씨의 토로다.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흔치 않은 기회라는 생각에 공연 관람을 결심했지만, 티켓 예매 창에서 좌석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간절한 마음에 찾아본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는 정가의 2~3배가 넘는 암표가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었다. 이처럼 팬심을 인질로 잡은 암표상들의 불법 거래에 팬들은 매번 눈물을 머금고 흔들린다.
암표란 이득을 챙길 목적으로 거래되는 불법적인 표를 일컫는다. 한때 은행 앞 밤샘 줄 서기로 대표되던 티켓 예매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암표상들의 수법도 한층 치밀해졌다. 일반인은 접근조차 불가능한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 기술로 티켓을 대량 싹쓸이한 뒤, SNS나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고액의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방식이다. 일명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을 뚫고 정가에 표를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최근에는 단순 재판매를 넘어 예매자의 계정 자체를 양도하는 ‘아이디 옮기기(아이디 이동)’나, 대금을 받고 대신 예매를 해주는 ‘대리 티켓팅’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한 변종 거래 수법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태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는 2020년 6237건에서 2025년 8월 기준 25만9334건으로 5년 새 41배 이상 폭증했다. 공연계의 웃돈 거래도 문제다. 조계원 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암표 신고센터 현황에 따르면, 정가 18만5000원짜리 싸이 흠뻑쇼 티켓이 60만 원, 정가 15만4000원짜리 데이식스 공연 티켓이 55만 원에 거래되는 등 암표상들이 표 한 장당 수십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암표 거래로 발생하는 막대한 부당 수익은 공연을 제작한 주최 측이나 아티스트에게는 단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상적인 관람 기회를 박탈당한 팬들의 이탈을 부르고, K-공연 산업 전반의 선순환 생태계를 훼손하는 유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암표 폐해가 한계에 다다르자 정부가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문체부는 지난달 28일 암표 근절을 위한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조치 의무, 과징금 부과 기준 등을 담은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매크로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영업성·상습성이 있는 부정 구매 및 재판매 행위를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매크로 사용이 입증돼야만 처벌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매크로 없이 이뤄진 조직적 재판매도 단속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개인 간의 자발적 웃돈 거래나 해외 서버를 경유하는 암표 조직의 경우 실제 적발과 처벌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다. 티켓 예매처나 중고 거래 플랫폼의 적극적인 협조는 필수적이며, 여전히 기생하는 암표상들을 향한 보다 강력한 색출과 처벌도 중요하다.
법이 규정하는 '공연'의 범위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행 공연법은 음악·무용·연극·뮤지컬·연예·국악·곡예 등 예술적 관람물을 실제로 보여주는 행위만을 규정하고 있어, 지난 5일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나 연예인 팬미팅 등은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이처럼 집행과 제도 양쪽에 빈틈이 남아 있는 만큼, 결국 수요가 없다면 암표상도 존재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돌아가게 된다. 건강한 관람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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