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암표방지법 시행과 연예기획사들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팬심을 담보로 한 암표상들의 불법 거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암표방지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오는 11월 열리는 그룹 엑소의 단독 콘서트 ‘엑소 플래닛 #6 - 엑소라이즌 [닷] -(EXO PLANET #6 - EXhOrizon [dot] -)’ 앙코르 공연의 티켓 예매가 진행됐다.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사흘간 열리는 이번 공연은 3만 석이 넘는 대형 규모이자 보기 드문 엑소 완전체 콘서트라는 점에서 K-팝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예매 개시와 동시에 매진됐고, 암표 거래 사이트에는 곧바로 고액의 프리미엄이 붙은 티켓이 쏟아졌다. 정작 정상적으로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엑소 콘서트를 주관하는 SM엔터테인먼트는 예매 6일 만인 지난 2일 기습 공지를 냈다. “부정 예매 건은 별도 안내 없이 취소 및 전액 환불 처리하며, 해당 계정의 예매를 차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취소된 좌석은 오는 16일 재판매된다. 다만 조건이 강화됐다. 예매처인 멜론티켓 국내 페이지에서 팬클럽 선예매 사전 인증을 마친 회원만 참여할 수 있으며, 결제 수단도 국내 발행 카드로 한정했다. 무통장 입금과 해외 발행 카드는 쓸 수 없다. 문제는 직거래로 웃돈을 주고 표를 산 팬들이다. 뒤늦게 티켓이 강제 취소될 경우, 암표 구매자로서는 이를 미리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공식 판매처를 거치지 않은 암표 거래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팬클럽 인증, 국내 결제 한정, 대대적인 부정 거래 취소 조치까지 K-팝 공연 업계가 암표 차단을 위해 시스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분명하다. 암표방지법 시행과 맞물린 이번 단속이 시장에 어떤 선례를 남길지 주목된다.
하지만 현장의 암표 거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7일 티켓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의 베스트 인기 티켓 톱10에는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서울 KSPO 돔에서 열리는 그룹 NCT 127의 월드투어 '더 레드라인(THE REDLINE)'이 이름을 올렸다. 전 좌석 정가가 20만 원 미만인 이 공연의 티켓 거래 가격은 최소 26만 원부터 최고 620만 원까지 치솟았다. 대부분 정가의 2배 이상이다. ‘정가 양도’ 글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초명당 좌석’, ‘토롯코 1열’ 등 홍보문구를 내세운 게시물이 대부분이다.
다음 달 17일부터 2주에 걸쳐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개최하는 가수 김동률 측 상황도 비슷하다. 법 시행 이후 예매를 시작한 주최 측은 "재판매, 구매대행, 금전 거래가 포함된 양도 등 부정거래 확인 시 예매를 취소한다"고 사전 경고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신고 접수를 통해 통지 없이 일괄 취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정상가 최고 19만8000원인 티켓은 최저 30만 원에서 무대 근처 좌석의 경우 최대 80만 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암표 문제는 단순 개인 간 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월 경찰에 적발된 한 암표 조직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K-팝 공연 티켓 3만여장을 싹쓸이한 뒤 최고 25배 가격에 되팔아 약 71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다만 이는 암표방지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사례다. 매크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단속 범위를 넓힌 개정법이 본격 가동된 지 이제 열흘 남짓, 제도는 바뀌었지만, 현장이 달라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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