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신진작가 등용문 역할을 해온 금호미술관이 38년 만에 문을 닫는다.
금호문화재단은 “중장기 사업 운영 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2027년 7월을 끝으로 금호미술관 운영을 비롯한 미술사업을 전면 종료하기로 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사업 역량을 선택·집중해 문화예술 지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어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폐관 때까지 예정된 전시와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재단은 정관에 따라 소장품과 아카이브를 보존·관리하는 일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향후 전시 일정과 운영 관련 세부 사항은 미술관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순차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미술사업을 종료하고 클래식 음악 분야의 인재 발굴과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금호영재콘서트, 금호악기은행, 금호솔로이스츠, 금호매니지먼트스쿨 등을 중심으로 음악가의 성장 단계에 맞춘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금호미술관은 금호그룹의 메세나 활동을 바탕으로 1989년 서울 관훈동에 문을 연 금호갤러리가 전신이다. 당시부터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며 미술계 주목을 받았다. 1996년 경복궁 앞 사간동에 지상 4층 건물을 신축해 이전하면서 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2004년 시작한 금호영아티스트를 통해 신진 작가 발굴에도 힘썼다. 올해까지 모두 107명의 작가가 이 프로그램을 거쳤다. 2005년에는 경기도 이천에 금호창작스튜디오를 설립해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했다. 입주 작가들은 창작공간뿐 아니라 전시와 비평 워크숍, 외부 기관과의 교류, 출판 등의 지원을 받았다. 2008년부터는 디자인·건축 관련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하며 시각예술의 영역을 확장했다.
금호갤러리 개관 때부터 미술관을 이끌어온 박강자 전 관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난을 겪던 2019년 물러났다. 이후 관장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됐다. 박 전 관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누나다. 2021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금호문화재단으로 이름을 바꿨고 미술관 조직도 인력 이동 등을 거치며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호미술관에서는 박혜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10월18일까지 이어지며 작가와의 대화와 강연 등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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