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즉흥여행 의혹을 둘러싼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의 최종 해명이 나왔다. 계획은 했지만 즉흥 콘셉트는 지키고 싶었던 제작진의 선택이 부른 결과였다.
지난 4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세 번째 공식 입장을 내고 제작진의 항공권 발권과 현지 촬영 협조는 미리 준비되었으며, 전현무의 여행지 선택은 ‘즉흥’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렌터카 이용과 관련해서는 현지 법규를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제작진의 해명은 누리꾼들의 비판을 더욱 가중시켰다. 특히 ‘카자흐스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대목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수많은 취항지 가운데 전현무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선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진의 항공권 발권과 현지 촬영 협조를 진행했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제작진은 ‘전현무가 당일 다른 목적지를 선택하거나 알마티행 항공권을 구하지 못할 경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 역시 자연스럽게 담아낼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라며 비난했다. “독심술을 쓰나”, “무당도 아니고 무슨 예측인가”, “누가 믿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나혼산’은 십수 년째 지상파 프라임 타임을 지키는 대표 예능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출연자와 제작진의 노고, 제작비까지 희생할 수 없다는 것을 시청자도 알고 있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즉흥 여행’이라는 소재 자체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비교적 대처가 가능한 국내 여행지가 아닌 해외 여행지라는 점, 그리고 촬영 스태프들이 동행하는 여정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전현무가 택한 여행지조차 시청자에게 익숙한 도시는 아니었다.
현지 당국의 지원과 협조에 관한 의혹에서 시작해 ‘즉흥 여행’ 전체 여정이 의심받는 상황에 놓였다. 방송에서 모든 과정이 ‘즉흥’인 것처럼 꾸며졌지만, 사실은 현지의 제작 협조가 있었고 그보다 먼저 제작진의 여행지 선정(추측)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의혹이 생긴 뒤 일주일 여가 지나 내놓은 해명이라는 사실이 실망감을 더했다.
실제로 인천공항 출국편은 오전 시간대에만 약 200편 가까이 된다. 그 많은 선택지 중에서 전현무가 가보지 않은 새로운 여행지이자 30여 시간 안에 귀국할 수 있는 곳으로 카자흐스탄 알마티가 ‘낙점’된 것이다. 제작진의 해명대로라면 전현무의 우연하고 운명적인 선택이 제작진의 사전 준비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전현무 즉흥 여행’의 진실은 제작진만이 알고 있을 터. 문제는 잃어버린 제작진의 신뢰다.
제작진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특성상 세부 제작 과정을 시청자분들께 공유하는 것이 자칫 프로그램의 근간인 현실감을 해치고 몰입을 방해할까 염려하다가 빠른 입장표명을 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출연자의 일상을 ‘리얼하게’ 담아야 한다는 관찰 예능의 딜레마다. 꾸며지지 않은 모습을 담아 진정성을 어필해야 하지만, 제작진으로서는 방송적 구성과 예능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시청자에게 1부터 100까지 모든 과정을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리얼한 일상을 공유해 온 ‘나혼산’의 장수 출연자 전현무의 에피소드가 조작 의혹을 받으면서 프로그램 전체 신뢰도에 큰 금이 갔다.
관찰 예능의 핵심은 연출된 완벽함이 아니다. 불완전하더라도 솔직하게 다가서야 한다. 무리한 설정과 어설픈 포장은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더할 뿐이다. 콘셉트에 집착하기보다는 관찰 예능 본연의 진정성을 되찾아야 할 때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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