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처음이다.”
‘역대급’이란 수식어를 증명했다. 우완 투수 페드로 아빌라(SSG)다.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서 경기 내내 마운드를 지켰다. 9이닝을 오롯이 책임졌다. 9이닝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작성했다. 위력적인 피칭에 8회 위기관리 능력까지, 진한 존재감을 새겼다. 덕분에 SSG는 4-0 승리를 거두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시즌 성적 51승5무66패. 순위는 여전히 8위지만, 7위와의 격차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SSG 소속 첫 완봉승 투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SSG는 2021시즌을 앞두고 간판을 SK서 SSG로 바꾼 바 있다. 전신 SK 시절까지 포함하면 구단 역대 19번째다. 가장 최근은 스캇 다이아몬드로, SK시절이었던 2017년 9월15일 잠실 두산전서 9이닝 3피안타 6탈삼진을 기록했다. 당시 투구 수는 105개였다.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874번째 발자취다. 올 시즌엔 3번째. 아담 올러(KIA·4월24일 광주 롯데전), 양창섭(삼성·5월24일 부산 롯데전)의 뒤를 이었다.
아빌라는 지난 7월 부진한 앤서니 베니지아노의 대체 자원으로 SSG 유니폼을 입었다. SSG가 꾸준히 지켜봐 온 자원이다. 메이저리그(MLB) 출신으로, 일본 프로야구(NPB) 경험도 있다. 올 시즌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내기도 했으나(평균자책점 7.50), 기량 자체만 놓고 봤을 땐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1선발로 낙점한 배경이다. 에이스로서 선발진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 분위기를 바꿔주길 바랐다.
기대 이상이다. 이날 전까지 8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1.65를 마크했다. 이 가운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만 7번 달성했다. 계산이 서는 투수란 의미다. 구위 자체가 뛰어났다. 최고 150㎞ 중반에 달하는 투심 패스트볼에 예리한 변화구까지.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팀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반기 SSG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6.28로 리그서 가장 높았다. 후반기는 다르다. 35경기서 3.80을 신고, 이 기간 두산(3.31) 다음으로 낮다.
이날도 마찬가지. 공격적이면서도 적극적인 피칭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9회까지 31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도 투구 수는 101개에 불과했다. 투심이 워낙 묵직하다 보니 주도권을 갖고 전체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을 터. 아빌라는 “살면서 처음 완봉승을 달성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코칭스태프에게 9회에도 올라가겠다고 했다.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하다. 내년, 그리고 후년에도 한국에서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을 향한 애틋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자신 하나만을 믿고 멀리까지 날아온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빌라는 “이 순간을 위해 노력해왔다. 아내에게 완봉승을 따내는 걸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경기장에 온 아내 앞에서 기록했다. 정말 행복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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