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군 입대가 코앞이었거든요.”
2년 전 두산의 선택을 받은 김영현(24)이 가장 먼저 품었던 생각이다. 자유계약(FA) 이적한 허경민(KT)의 보상선수로 지명됐지만, 한 달 뒤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당장 1군에서 활용할 수 없는 투수였을 터. 그래도 두산은 ‘2년 뒤’를 바라봤다.
기다림 끝에 김영현이 마침내 두산 유니폼을 입고 1군 마운드에 섰다. 물론 아직 불펜서 확실히 자리를 굳힌 단계는 아니다. 두산 마운드는 10개 구단 중 최강 면모를 번뜩이는 중이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 패전조부터 시작해 주어진 기회를 붙잡을 필요가 있다. 선수 본인도 자신을 믿고 기다려 온 구단의 판단에 반드시 부응하겠다는 각오다.
김영현은 지난 2일 잠실 LG전서 1-5로 뒤진 9회 등판해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홍창기와 오스틴 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두산 소속 첫 1군 등판을 잘 매조졌다. 그는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았다. 점수 차와 관계없이 점수를 주지 않는 게 투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앞서 KT 시절 1군 39경기를 경험했다. 포스트시즌서도 뛰었지만, 기대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두산은 김영현을 데려오면서 하체 중심의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와 함께 직구 구속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봤고, 선택지 가운데 가장 좋은 자원이었다”고 보상선수 지명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처음엔 얼떨떨했던 김영현도 곧 이 의미를 책임감 있게 받아들였다. 그는 “그만큼 나를 좋게 평가해주셨다는 뜻 아닌가. 너무나도 감사했고, 상무에서 더 잘 준비해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무에서 보낸 시간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집중했다. 김영현은 “처음에는 기록이 좋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며 “구단에 돌아가기 전에 먼저 매를 맞은 셈”이라고 돌아봤다. 새로운 투구 방법도 거리낌 없이 시도했다.
야수 출신인 박치왕 상무 감독 역시 투구 메커니즘을 직접 손보기보다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실전에서 과감하게 시험하도록 밀어줬다. 김영현은 “감독님이 공부를 많이 하셔서 ‘이런 방법도 있으니 연습에서 해보고 경기에서도 써봐라’고 권하셨다.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 자신 있게 시도하도록 많이 독려해주셨다”고 설명했다.
3개월 전 제대했고, 곰 군단 소속으로 첫발도 뗐다. LG전서 포심 8개를 던져 평균 시속 147㎞ 안팎, 최고 148㎞를 찍었다. 한 경기뿐인 작은 표본이지만 KT 시절보다 빠른 수치다. 김영현은 “구속을 의식해 힘을 준 건 아니다. 오랜만에 많은 관중 앞에서 던져 아드레날린이 나온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더 눈여겨볼 건 직구의 움직임이다. 그는 “같은 포심인데 예전과 무브먼트가 조금 달라졌다. 받아본 사람들도 ‘테일링’이 생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공의 회전축이 다소 눕는 형태로 바뀌면서 직구가 투수의 팔 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움직임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구속만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공의 궤적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셈이다.
첫 등판에서 내준 볼넷 2개는 그래서 더 아쉬웠다. 상무 첫해였던 지난해 26⅔이닝에서 볼넷 34개를 내줘 9이닝당 볼넷이 11.48개에 달했지만, 올해는 37이닝에서 8개만 허용해 1.95개까지 낮췄다.
김영현은 “볼넷이 가장 신경 쓰였다. 내가 갖고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며 “그래서 오히려 다음 경기가 더 기다려진다”고도 했다.
당장 1군 엔트리 생존이 관건이다. 주어진 이닝부터 막아내며 다음 기회를 이어가야 한다. 이에 스스로 꺼낸 표현이 ‘애니콜’이다. 어떤 상황이든 가리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사실 지금 팀 입장만 놓고 보면 내가 많이 등판하면 안 된다. 지는 경기 구도가 많다는 뜻일 것 같다”면서도 “그 상황을 확실히 막아 필승조가 쉴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으로선 그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상황이든 믿고 내보낼 수 있고, 계산이 가능한 투수가 되고 싶다. 올해 잔여 시즌 경험을 잘 쌓아 내년에는 풀타임을 목표로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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