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막힘은 비염, 혀 통증은 구내염, 어지럼증은 빈혈이나 피로 탓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비중격만곡증, 구강작열감증후군, 이석증 등 이비인후과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고재범 메리놀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은 “코막힘이나 혀 통증, 어지럼증은 흔한 증상이라 오랜 기간 참고 지내는 환자가 많지만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은 서로 다를 수 있다”며 “증상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과 수면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증상만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을 정확히 구분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약 먹어도 반복되는 코막힘…비중격 휘어졌을 수도
수년간 반복되는 코막힘을 비염 탓으로 여기며 지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환절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 증상이 악화되고 비염약이나 코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잠시 나아져 만성 비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약물치료를 해도 한쪽 코가 유독 자주 막히거나 잠잘 때 코로 숨쉬기 어려워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이어진다면 코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비중격만곡증이다.
비중격은 양쪽 콧구멍을 나누는 벽으로 연골과 뼈로 구성돼 있다. 비중격이 한쪽으로 휘어 있으면 한쪽 비강이 상대적으로 좁아져 공기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여기에 알레르기 비염이나 감기 등으로 코 점막까지 부으면 코막힘이 더욱 심해진다.
비염과 비중격만곡증은 서로 다른 문제지만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비염은 알레르기 반응이나 여러 자극으로 코 점막이 부어 콧물·재채기·코막힘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반면 비중격만곡증은 코 내부 구조가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공기가 지나는 통로 자체가 좁아진 상태다.
점막 부종이 주된 문제라면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비중격이 크게 휘어 공간이 좁아진 경우 약으로 구조 자체를 바로잡을 수는 없다. 증상과 비강 상태에 따라 비중격교정술을 고려할 수 있다.
고 과장은 “비중격만곡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증상이 크지 않으면 동반된 비염을 먼저 조절하고, 구조적인 협착으로 코막힘이 지속돼 일상생활이나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비중격교정술 등 치료 방법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상처 없는데 혀가 화끈…구강작열감증후군 확인해야
혀나 입술, 입천장 등 입안이 화끈거리거나 따갑고 불에 덴 듯한 통증이 계속되는데도 진찰에서 뚜렷한 상처나 병변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구강작열감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입이 마르거나 맛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상이 없다 보니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거나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장기간 통증을 참는 경우도 있다.
구강작열감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구강건조증이나 구강 감염, 영양소 결핍, 일부 약물, 위산 역류, 당뇨병·갑상선질환 등과 관련된 이차성 통증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별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일차성 구강작열감증후군은 통증과 미각을 전달하는 신경 기능 이상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과장은 “혀가 화끈거린다고 해서 혀 자체의 질환만 찾다 보면 원인을 놓칠 수 있다”며 “통증이 지속되는 기간과 양상, 구강건조 여부, 복용 약물과 기저질환 등을 함께 살펴 원인을 감별하고 환자 상태에 맞춰 치료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세상이 빙빙…어지럼증 원인이 ‘귀’에 있다?
갑자기 천장이나 주변 사물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들면 빈혈이나 뇌 질환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어지럼증 가운데는 균형을 담당하는 귀 안쪽의 전정기관과 연관된 경우도 있다.
고개를 특정 방향으로 돌리거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때 수십 초에서 수분 정도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이석증을 의심할 수 있다. 전정신경염이나 메니에르병 등 다양한 귀 질환 역시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어지럽다’는 표현만으로 질환을 판단하기보다는 주변이 실제로 도는 느낌인지, 몸이 휘청거리는지, 특정 자세에서 심해지는지 등을 구분해야 한다. 청력 저하나 이명, 귀 먹먹함 등이 동반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갑작스러운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얼굴 마비, 심한 두통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면 귀 질환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뇌혈관질환 가능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 과장은 “흔한 증상이라고 자가진단하거나 오래 참기보다 증상의 양상과 지속 기간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라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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