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최강 마운드를 보유해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프로야구 두산이 LG와의 주중 잠실 3연전서 뼈아픈 현실과 마주했다. 두 경기 연속 1득점에 이어진 무득점 경기까지, 투수진이 버틸 만큼 버텼지만 방망이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침묵했다. 올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는 투타의 엇박자를 다시 한번 선명하게 드러낸 순간이다.
3일 열린 시리즈 최종전이 이를 압축해 보여줬다. 에이스 곽빈은 7이닝 3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4회 오스틴 딘에게 허용한 솔로포가 유일한 실점이었다.
바톤을 이어받은 타카다 타쿠토와 김택연도 남은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상대를 4안타 1점으로 묶었지만 결과는 0-1 패배였다.
점수를 낼 엄두가 안 날 정도로 꽁꽁 묶였던 건 아니다. 8회 1사 후 정수빈과 박찬호의 연속 안타로 1, 3루를 만들었지만 안재석과 강승호가 잇달아 뜬공으로 물러났다.
9회에는 1사 후 김민석이 3루타를 때렸다. 그러나 유니오 세베리노가 삼진을 당했고, 조수행의 볼넷과 도루 뒤 2사 2, 3루서 대타 박지훈이 땅볼에 그쳤다. 두 이닝 연속 동점 주자를 3루까지 보내고도 끝내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한 것이다.
3연전 내내 타선의 침묵에 골머리를 앓았다. 18안타와 사사구 11개를 얻고도 총 2득점에 그친 것. 나아가 득점권에선 1할 타율(20타수 2안타)에 머물렀다. 안재석은 득점권 4타수 무안타, 조수행은 3타수 무안타였다. 이때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박준순과 양의지뿐이었다.
갑자기 생긴 문제도 아니다. 두산은 올 시즌 팀 타율 0.269로 7위, 557득점과 OPS(출루율+장타율) 0.736은 나란히 8위에 머물고 있다.
기회를 잡아도 좀처럼 웃질 못한다. 득점권 타율이 0.266으로 9위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누상에 있던 주자를 타점으로 불러들인 비율, 즉 주자 수 대비 순수 타점 비율(13.8%)도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낮다.
저득점 경기가 유독 잦다. 두산은 소화한 120경기 가운데 40경기(33.3%)에서 2득점 이하에 묶였다. 같은 기준 키움(36.3%)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이 경기서 3승2무35패에 그쳤고, 시즌 55패 가운데 35패(63.6%)가 여기서 쌓였다.
이기기 어려운 점수에 너무 자주 갇힌다는 게 문제다. 반대로 3점 이상만 내도 투수들이 막아준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80경기에선 58승2무20패(승률 0.744)를 기록했다.
강력한 마운드와는 엇갈리는 형국이다.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3.63으로 리그 1위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곽빈(2.31)과 최민석(2.61)이 평균자책점 1, 2위를 질주 중이다. 타카다와 김택연에 더해 이영하까지 필승조도 탄탄하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은 두산은 포스트시즌(PS) 진입권인 5위에 있다. 한 계단 위 KIA와 격차는 2.5경기다. 일각에선 “마운드만 보면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투수진으로 보면 득점권 피안타율 0.243, 피OPS 0.665로 위기에서 상대 타선을 막는 힘 역시 리그 최고다.
상대 주자는 누구보다 잘 묶으면서 정작 자기 주자는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으로 범위를 좁히면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8월 이후 두산 투수진은 평균자책점 2.84로 10개 구단 중 1위다.
반면 같은 기간 타선 OPS는 0.719로 9위다. 수비에서도 실책 18개로 한화(2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냉정하게 보면 최근 야수진은 방망이로도, 수비로도 정상급 마운드의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투수들이 제 몫을 다하고도 고개를 떨구는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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