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DNA’ 대를 잇는 태극마크…이도현-이창현·유영동-유기상 父子

​클라이밍 이도현(가운데)과 아버지 이창현 전 클라이밍 대표팀 감독(오른쪽). 사진=본인 제공
​클라이밍 이도현(가운데)과 아버지 이창현 전 클라이밍 대표팀 감독(오른쪽). 사진=본인 제공

 “아들아, 딸아 너를 믿는다!”

 

 운동선수 DNA는 단순히 타고난 재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승부욕과 끈기, 묵묵히 훈련을 견디는 자세까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부모가 먼저 걸었던 국가대표의 길, 이젠 자녀가 이어간다. 2대째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 ​금빛 도전에 나선다.

 

 스포츠클라이밍 이도현(서울시청)의 첫 놀이터는 암장(암벽등반 장소)이었다.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창현 전 감독의 아들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암장을 드나들었다. 매트를 뛰어다니고 홀드를 붙잡으며 자연스레 클라이밍을 배웠다.

클라이밍 이도현(가운데)과 아버지 이창현 전 클라이밍 대표팀 감독(왼쪽). 사진=본인 제공
클라이밍 이도현(가운데)과 아버지 이창현 전 클라이밍 대표팀 감독(왼쪽). 사진=본인 제공

 이 전 감독은 “도현이에게 홀드는 놀이기구였다”면서 “누가 보면 도현이가 천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력파다. 코로나19 때도 새벽에 홀로 일어나 센터 문을 닫고 혼자 훈련했다. 국가대표지만 대회를 뛸 수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짧은 기간 안에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를 쫓던 소년은 어느새 아버지를 넘어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2022 항저우 대회(2023년 개최) 땐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으나, 이번 대회선 금메달을 노린다. 이 전 감독은 “도현이가 내 꿈을 채워주고 있다. 나는 선수 시절 세계대회서 우승한 적은 없었다. 아들이 해냈을 땐 정말 뿌듯했다”면서 “이번 대회도 본인의 훈련량과 방식을 믿고 초긍정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했으면 한다. 아들을 믿는다”고 미소 지었다.

유영동 감독(왼쪽)과 유기상. 사진=본인 제공
유영동 감독(왼쪽)과 유기상. 사진=본인 제공

 종목은 달라도 태극마크를 향한 마음은 같다. 농구 유기상(LG)은 유영동 NH농협은행 소프트테니스 감독과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 출신 박영아 부부의 차남이다. 유 감독은 AG에서만 금메달 5개를 따낸 스타, 박영아 씨는 1994 히로시마 대회 금메달리스트다. ‘재능파 아빠’와 ‘노력파 엄마’의 장점을 그대로 물려받은 유기상은 국가대표 슈터로 성장했다.

 

유 감독은 “농구는 원체 격한 운동이니까 아직도 조마조마하면서 본다. 잘해서 이겼으면 하면서도, 무리하다 다칠까 걱정이 된다. 그런 복잡미묘한 심정이 부모의 마음 아니겠나”라면서도 “기상이에게 걱정하고 조언하면 오히려 ‘걱정말라. 나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아이다. 내가 농담으로 ‘잔소리는 아빠 직업병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면 이해한다고 고개를 끄덕인다”고 말했다.

 

 유기상이 이번 대회서 메달을 따면 ‘AG 메달리스트 가족’이 된다. 유 감독은 “AG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무대가 아니란 걸 정말 잘 알고 있다”며 “선수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다. 기회가 온 것이다. 놓치지 않고 잘 잡았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아들 소영현 군과 소승섭(오른쪽). 사진=본인 제공
아들 소영현 군과 소승섭(오른쪽). 사진=본인 제공

 사격 소승섭(서산시청·10m 공기권총)은 아들과 함께 2대째 태극전사를 꿈꾼다. 총을 잡은 지 37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종합대회에 선다. 뒤늦게 찾아온 전성기의 원동력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사격을 시작한 아들 소영현 군(15)이다. 소승섭은 “아들이 ‘아빠랑 같이 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해서 올림픽을 뛰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 어떻게든 버티고 있을게. 네가 열심히 해서 올라오면 돼’라고 말했다”며 “메달 따서 아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대째 태극전사들의 이야기는 이외에도 곳곳에 숨어 있다. ‘한국 최초 올림픽 부녀 메달리스트’ 체조 여홍철-여서정부터 클라이밍 DNA가 빛나는 서종국 전 클라이밍 감독-서채현, 한국 농구 레전드로 꼽히는 성정아-이현중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이번 대회 정상이다. 자녀들의 금빛 도전이 시작된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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