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말기콩팥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국내 말기콩팥병 유병률은 2010년부터 2022년까지 2.3배 증가했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대표적인 원인질환으로 꼽히는 가운데 고령화까지 이어지면서 장기간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혈액투석 환자에게 팔에 만드는 투석혈관은 일주일에 여러 차례 반복되는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한번 만들면 수년간 사용해야 할 수 있는 만큼 첫 투석혈관을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이후 투석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혈액투석을 시작하면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 혈액 속 노폐물과 과도한 수분을 제거해야 한다. 이 과정이 수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석을 위해 처음 만드는 혈관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남우석 민트병원 혈관센터 대표원장(혈관외과 전문의)에 따르면 투석혈관은 한번 수술하고 끝나는 치료가 아니다.
그는 “투석을 받을 때마다 굵은 바늘을 반복적으로 삽입하고 많은 양의 혈액을 순환시켜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혈류량은 물론 바늘을 안정적으로 넣을 수 있는 길이와 위치까지 갖춰야 한다. 첫 투석혈관 조성술의 결과가 이후 투석 생활과 추가 시술 가능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투석혈관은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 정맥으로 흐르는 혈액량을 증가시키고 혈관을 굵고 튼튼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조성한다. 이 가운데 환자 본인의 혈관을 이용하는 자가동정맥루는 적절히 조성되고 관리될 경우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혈액투석 접근로다.
다만 환자마다 혈관 조건은 크게 다르다. 나이와 당뇨병·고혈압 여부를 비롯해 과거 중심정맥관 사용이나 수술 경험, 혈관의 굵기와 탄력, 정맥의 깊이 등에 따라 적합한 수술 방법과 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첫 투석혈관 수술, 중요한 것은?
투석혈관 조성술은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혈액투석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혈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술 전 초음파 검사를 통해 동맥과 정맥의 직경과 혈류 상태를 확인하고 협착이나 혈전 여부를 살펴야 한다. 이후 어느 부위의 동맥과 정맥을 연결할지, 향후 바늘을 삽입할 수 있는 구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수술 위치를 결정한다.
수술 중에도 혈관의 주행 방향과 깊이를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혈관이 지나치게 깊으면 투석 때마다 바늘을 정확히 삽입하기 어렵고 반복적인 천자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얕거나 피부 상태가 적절하지 않으면 출혈이나 피부 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만으로 피하조직이 두껍거나 정맥이 깊은 환자, 사용할 수 있는 혈관 길이가 짧은 환자, 과거 수술이나 시술로 혈관 구조가 변한 환자는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깊이 있는 혈관을 피부 가까이 옮기는 표재화나 바늘을 넣기 좋은 형태로 혈관 주행을 조정하는 과정이 병행될 수 있다.
남우석 대표원장은 “투석혈관 수술에서 중요한 것은 동맥과 정맥을 연결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실제 투석에서 안정적으로 반복 사용할 수 있는 혈관을 만드는 것”이라며 “혈관의 굵기와 깊이, 주행 방향은 물론 바늘을 삽입할 수 있는 구간까지 고려해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수술이 잘못되면 추가 시술 반복할 수도
투석혈관을 만든 뒤에는 동맥에서 유입되는 많은 양의 혈액에 적응하면서 정맥이 굵어지고 튼튼해지는 ‘성숙’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혈관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는 성숙 실패가 발생하거나 조기에 협착과 혈전이 생기면 예정대로 투석에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혈관을 넓히는 혈관개통술(풍선확장술)이나 혈전을 제거하는 혈전제거술 등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기존 혈관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면 다른 부위에 새로운 투석혈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투석혈관을 새로 만들 수 있는 부위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다. 팔에 있는 혈관 가운데 투석에 적합한 혈관을 순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능한 혈관을 보존하면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우석 대표원장은 “첫 투석혈관을 만들 때 당장 혈액이 흐르게 하는 데만 초점을 두기보다 앞으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혈관 상태가 좋지 않거나 구조가 복잡한 환자는 충분히 혈관을 확인하고 위치와 주행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해 수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석혈관 수술(조성술) 후 확인은
투석혈관은 조성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 기간 동안 혈관이 굵어지고 혈류량이 증가하는 성숙 과정을 거쳐야 실제 투석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혈관이 충분히 발달하고 있는지, 혈류를 방해하는 초기 협착이나 혈전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발견되면 혈관을 사용하기 전에 필요한 추가 치료를 시행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투석을 시작한 뒤에도 혈관 상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평소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던 혈관의 진동이 약해지거나 달라진 경우, 투석 중 혈류량이 떨어지거나 기계의 압력 경고가 반복되는 경우, 바늘 삽입이 이전보다 어려워지거나 투석 후 지혈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등은 혈관 협착을 의심해볼 수 있는 변화다.
팔이나 손이 붓는 증상 역시 혈액 흐름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면 혈관이 완전히 막힌 이후보다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기능을 회복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남우석 대표원장은 “첫 투석혈관은 앞으로 이어질 투석 치료의 기반을 만드는 수술”이라며 “첫 조성술을 앞두고 있다면 수술 전 혈관 초음파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는지, 환자의 혈관 상태에 맞는 조성술이 가능한지, 수술 이후 성숙 과정부터 협착·폐쇄에 대한 개통술과 장기 추적관리까지 연계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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