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넘으면 하늘이 좀 도와주려나….”
고전 동화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린다. 하지만 오태곤(SSG)은 반대다. 9시만 되면 마법을 부린다. 경기 후반 집중력이 급상승한다. 극적인 홈런이나 끝내기 안타 등을 때려낸다. 그가 ‘9시의 남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오태곤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끝난 키움과의 원정경기에서 7회 대타로 출전해 2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9회초 결승타를 신고하며 SSG의 9-6 역전승을 이끌었다. SSG는 한화(49승3무64패)를 제치고 8위(50승5무65패)에 올랐다.
9시가 되자 오태곤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타석은 9시보다 조금 이른 8시 45분이었으나, 문제는 없었다. 답답한 흐름을 바꾸는 한 방을 날렸다. 3-6으로 뒤진 7회초 2사 1, 3루서 안상현 대신 대타로 투입돼 적시타를 뽑아냈다. 9시를 훌쩍 넘기자 위력은 더 강해졌다. 9회초 6-6 동점이던 무사 1, 2루서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로 결승타를 때렸다. 승부를 뒤집은 SSG는 2점을 추가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자신도 모르게 시계를 바라보게 된다. 오태곤은 “항상 뒤에 나가는 선수였고, 시간이 그쯤이라 팬분들이 그렇게 별명을 지어주신 것 같다. 나라는 선수를 그렇게라도 기억해주시는 게 감사하다”며 “감독님이 타석에 나간다고 말씀하시면 나도 모르게 시간을 보게 된다. 이번에도 한 3번 정도 본 것 같다. 9시가 되면 ‘하늘이 좀 도와주려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웃었다.
선발보다 대타로 출전하는 날이 잦아졌지만, 아쉬움은 지우고 순간에 집중한다. 오태곤은 “대타로 나서면 항상 긴장된다. 못 치면 나 때문에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야구는 확률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확률을 단 몇 퍼센트라도 올려야 한다. 태블릿을 보면서 어느 코스를 많이 던지고 있는지, 높이는 어느 정도인지 분석하고 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가을야구는 멀어졌으나, 포기는 없다. 여전히 큰 목소리로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팬을 보면 한 발 더 뛰게 된다. 오태곤은 “SSG팬분들이 정말 많다. 돈을 내고 야구를 보러오신다. 그런 분들에게 단 1승이라도 선물해 드리는 게 선수로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에겐 다음 시즌도 있다. ‘청라돔 시대’가 온다. 어린 선수들은 지금 눈에 들어야 그때 뛸 수 있다. 모두 각자 동기부여를 갖고 뛰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고척=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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