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엔하이픈이 데뷔 후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6인 체제 개편 이후 첫 컴백으로 달성한 의미 있는 성과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지난달 31일 차트 예고 기사에서 엔하이픈의 신보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가 9월 5일 자 빌보드 200 1위로 진입한다고 밝혔다. 빌보드 200 순위는 전통적인 실물 음반 판매량 점수에 스트리밍 횟수를 음반 판매량으로 환산한 SEA(streaming equivalent albums),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음반 판매량으로 환산한 TEA(track equivalent albums)를 합산해 매긴다. 엔하이픈은 집계 기간 동안 총 9만 8000장의 앨범 유닛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순수 앨범 판매량은 9만 2000장, 스트리밍 환산 판매량은 6000장이다.
통산 7번째 빌보드 200 톱 10 진입의 기록이다. 2021년 ‘보더 : 카니발(BORDER : CARNIVAL)’로 첫 진입(18위)한 엔하이픈은 ‘다크 블러드(DARK BLOOD)’·‘오렌지 블러드(ORANGE BLOOD)’로 4위, ‘디자이어: 언리시(DESIRE : UNLEASH)’ 3위를 거쳐 전작 ‘로맨스 : 언톨드(ROMANCE : UNTOLD)’와 ‘더 신 : 배니시(THE SIN : VANISH)’로 2위에 머물렀다. 지난 6년 간 계단식 성장을 달성한데 이어, 마침내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멤버 6인 재편 이후 거둔 커리어 하이다. 엔하이픈은 지난 3월 희승이 돌연 팀 탈퇴를 선언하며 6인 체제로 재편됐다. 희승은 팀은 탈퇴하되 소속은 그대로 유지해 엔하이픈 멤버들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했다. 이후 활동명 에반으로 재빠르게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오는 7일에는 앨범 발표도 앞두고 있다.
재계약을 불과 1년 여 남기고 벌어진 파국에 팬덤은 흔들렸다. 지난해 음악 시상식 마마(MAMA)의 대상 격인 올해의 팬스 초이스상을 수상하는 등 상승세를 달리던 그룹이기에 의아함이 더 컸다.
소위 ‘사고를 치고’ 탈퇴하는 수순도 아니었다. 소속사는 당시 “팀의 방향성에 대한 대화 과정에서 희승이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점이 뚜렷해 이를 존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기존 K-팝 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행보이기에 충격을 안겼다. 결국 희승 본인이 나서 “보여드리고 싶은 게 참 많았지만, 팀 안에서 저의 욕심만을 앞세우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다. ‘원팀’을 중시하는 팬들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았다. 오죽하면 멤버 정원이 라이브 방송을 켜서 “이제 엔하이픈은 6명”이라고 강조할 정도였다.
이러한 혼란과 재정비를 거쳐 나온 첫 앨범이다. 멤버들은 컴백 당시 “엔하이픈 커리어 최고의 앨범”이라고 입을 모았다. 멤버 수의 변화보다는 완벽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음악과 퍼포먼스 전반에 걸쳐 공을 들였다고 밝히며 “6명이서 하는 앨범도 자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앨범은 죄악을 모티프로 한 ‘더 신(THE SIN)’ 시리즈의 두 번째 앨범이다. 전작에서 금기를 깨고 연인과 도피를 시작하며 겪는 불안과 두려움을 힙합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엔 위기 속에서 깊어진 로맨스를 표현한다. 타이틀곡 ‘블러디 파라다이스(Bloody Paradise)’는 절박한 상황과 대비되는 연인의 내면을 포착한 곡이다. 중독성 있는 브라질리언 펑크 댄스 장르로 기존 엔하이픈과는 또다른 음악을 선보인다.
이들은 데뷔 초부터 ‘다크 판타지’라는 독자적인 세계관 속에 뱀파이어 서사를 고수해왔다. 몰입감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대중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장르적 다양성에 도전하며 콘셉트를 확장해왔다. 이번 빌보드 1위는 엔하이픈의 정체성인 뱀파이어 세계관의 성공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이처럼 멤버 재편이라는 위기를 딛고 또 한 번 도약했다. 오히려 엔진(팬덤명)과 엔하이픈을 더 단단하게 결속하는 계기가 됐다. ‘더 신: 블리스’는 한터차트 기준 209만 장이 넘는 초동 판매량(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전작의 성적을 뛰어 넘었다. 음반 판매량의 하락으로 커리어 하이가 쉽지 않은 현실 또한 극복해낸 결과다. 동시에 지난 주 3사 음악방송 1위를 독식하는 일명 ‘그랜드슬램’도 데뷔 이후 처음 달성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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