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참 멀었죠.”
프로야구 두산의 기대주 안재석은 자신이 그리는 완성형 3루수까지 얼마나 왔느냐는 물음에 “10%, 사실 그만큼도 되지 않은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바라봐야 할 목표는 높고 분명하다. 그는 “두 선배의 장점을 합친 모습을 보여야 완벽한 3루수가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선배 둘은 당연히 김동주(은퇴)와 허경민(현 KT)이다. 곰 군단의 핫코너를 맡는 순간 쟁쟁한 전임자들이 남긴 태산과 같은 그림자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각각 클린업을 책임진 묵직한 방망이와 빈틈없는 수비로 오랫동안 두산의 3루를 지켰다. 그 뒤를 잇는 선수라면 방망이는 김동주, 글러브는 허경민과 견줘질 수밖에 없다.
안재석에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익숙한 존재다. 그는 “김동주 선배의 현역 시절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영상으로 플레이를 접했다. 허경민 선배는 같은 팀에서 뛰며 곁에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주전 3루수로 한 시즌을 치르면서 두 사람이 그 자리에 남긴 무게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 부담은 클 수밖에 없지만, 자신이 닮아야 할 모습도 그만큼 분명해졌다는 설명이다.
방망이가 먼저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안재석은 지난 29일 잠실 키움전에서 강속구 투수 안우진을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포함한 데뷔 첫 멀티홈런을 기록했다. 이튿날에도 총알타구로 홈런을 보태 두 경기 동안 5안타 3홈런 6타점을 몰아쳤다.
그러면서 김도영(KIA)과 노시환(한화), 최정(SSG)에 이어 올 시즌 네 번째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3루수가 됐다. 장타력을 겸비한 타자로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간다. 지난해까지 네 시즌 동안 때린 홈런이 모두 10개에 그쳤지만, 올해는 85경기 만에 같은 수를 채운 것. 23개의 2루타와 53타점도 개인 커리어 최다다.
정작 안재석은 “아직 타격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힘이 들어가면서 균형이 무너진 타석도 있었다”고 자신을 낮췄다. 2021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은 뒤 부진과 부상을 겪었던 그는 군 복무 중 근육량을 약 15㎏ 늘려 돌아왔다. 전역한 지난해 도약의 발판을 놓았고, 올해는 유격수에서 3루수로 옮겨 사실상 첫 풀타임을 치르고 있다.
물론 성장통도 따른다. 안재석의 13실책은 31일 현재 리그 3루수 가운데 가장 많다. 지난 25∼27일 KT전에서는 사흘 연속 실책을 남겼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좋지 않은 모습이 이어져 마음의 짐이 컸다”고 털어놨다.
주변마저 크게 걱정했을 정도다. 안재석은 “KT전이 끝난 뒤 아버지와 누나가 ‘괜찮냐’고 연락해왔다”며 “주말 경기를 기분 좋게 마치고 나니 응원해준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사흘 연속 실책으로 무거웠던 마음을 두 경기 3개의 아치로 조금이나마 덜어냈다는 설명이다.
지난 28일 우천 취소가 전환점이 됐다. 모처럼 생긴 하루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수비 훈련을 반복했다. 김원형 두산 감독도 “올해는 새 포지션에 적응하는 시즌이자 앞으로 두산의 주전 3루수로 가는 과정”이라며 기다림에 힘을 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흔들리는 안재석을 따로 불러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더 좋은 선수로 커가는 과정”이라고 다독이기도 했다.
선수 본인 역시 주전 3루수로 꾸준히 기회를 받는 것이 구단 차원의 두터운 신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만큼 책임감은 크다. 안재석은 “실책은 당연히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투수 등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등 경기 흐름까지 나빠질 수 있다”면서도 “이미 나온 실수를 흘려보내지 않겠다. 여러 상황을 경험으로 쌓아 더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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