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무비] 스타가 와도 표는 안 팔렸다…사라진 ‘내한 특수’

지난해 8월 내한해 팬 이벤트를 개최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시즌2의 팀 버튼 감독, 제나 오르테가, 에마 마이어스(왼쪽부터) 사진=넷플릭스
지난해 8월 내한해 팬 이벤트를 개최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시즌2의 팀 버튼 감독, 제나 오르테가, 에마 마이어스(왼쪽부터) 사진=넷플릭스

 

할리우드 스타들의 한국 방문이 더 이상 영화 흥행을 보증하는 카드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할리우드 배우의 입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고, 입국 현장부터 레드카펫 행사까지 연일 포털과 방송을 도배하며 영화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이는 곧 박스오피스 성적으로 직결되곤 했지만 최근 극장가에서는 이 같은 공식이 무색해졌다.

 

감독과 배우들이 내한 레드카펫과 유튜브 출연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화려한 스타 마케팅은 온라인상의 화제성에 머물 뿐이다. 스타의 이름값보다 작품 자체의 경쟁력이 흥행을 좌우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톰 크루즈,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왼쪽부터)이 지난해 5월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톰 크루즈,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왼쪽부터)이 지난해 5월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할리우드 배우 가운데서도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어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는 톰 크루즈는 지난해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으로 12번째 한국 땅을 밟았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뿐 아니라 배우 헤일리 앳웰, 사이먼 페그 등 주요 배우들까지 동행한 대규모 프로모션을 펼쳤다.

 

내한 때마다 남다른 한국 사랑을 보여주지만 영화 성적표는 예전만 못하다. 영화는 국내 관객 339만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직전 내한 작품이었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또한 400만명대에 그쳤다. 전작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658만명)이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612만명)은 물론 2022년 선보였던 ‘탑건: 매버릭’(823만명)의 열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2023년 개봉한 영화 ‘바비’도 당시 할리우드 최고 대세 배우 마고 로비와 아메리카 페레라, 그레타 거윅 감독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을 찾았다. 핑크카펫 행사를 열고 한복을 입는 등 대대적인 팬서비스를 펼쳐 충분한 화제성을 자랑했다. 

 

마고 로비가 2023년 영화 '바비' 홍보차 내한해 핑크카펫 행사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고 로비가 2023년 영화 '바비' 홍보차 내한해 핑크카펫 행사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는 14억 달러를 돌파하며 그해 전 세계 흥행 1위를 기록했지만 국내 최종 관객 수는 58만명에 그쳤다. 바비 인형이 한국 관객에게 미국만큼 강한 추억과 상징성을 갖지 못하는 등 정서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스타의 내한만으로는 관객의 발길을 돌리기에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극장 영화뿐 아니라 넷플릭스 글로벌 최고 인기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웬즈데이 시즌2’의 팀 버튼 감독과 주연 배우 제나 오르테가, 엠마 마이어스는 공개를 앞두고 한국을 찾아 기자간담회는 물론 각종 유튜브 콘텐츠, 대규모 팬 이벤트에도 참석하며 국내 팬들과 만났다. 특히 팬 이벤트는 작품의 세계관을 한국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시즌2는 공개 직후 한국을 제외한 92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1위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스타가 한국을 찾아 화제를 모으는 것과 실제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스타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내한 자체의 희소성이 낮아져 그것만으로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어려워졌다. 높아진 관람료와 OTT의 확산으로 관객이 콘텐츠를 고르는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스타의 이름값이나 화려한 홍보보다 ‘직접 볼 만한 작품인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극장가 흥행몰이 중인 영화 ‘오디세이’는 개봉에 앞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더불어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이 내한했다.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많은 몇몇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국내 팬덤이 두터운 편은 아닌 만큼 내한 당시 화제성은 비교적 낮았을지 몰라도 작품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가 높게 평가돼 반전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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