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오디세이를 들고 생애 처음 한국을 찾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오랜 소망’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2014) 때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 한국 관객들이 얼마나 훌륭한 반응을 보내줬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작 개봉에 맞춰 놀란 감독뿐 아니라 제작자 엠마 토머스와 배우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까지 한국을 찾았다. 이들의 대규모 내한은 관객 감소로 위기를 맞은 한국 극장가에서도 할리우드가 한국 시장을 여전히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할리우드의 시선이 한국을 향하고 있다. 대작을 북미보다 먼저 공개하고, 감독과 배우가 직접 한국을 찾아 관객을 만난다. 한국의 원작과 제작사를 할리우드 제작 체계에 결합하는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 규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전체 관객 수는 1억609만명, 매출액은 1조47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관객은 13.8%, 매출은 12.4% 감소했다. 관객과 매출 모두 2년 연속 감소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 극장시장이 단숨에 무너진 것은 아니다. 국내 극장 매출액은 2022년 1조1602억원, 2023년 1조2614억원, 2024년 1조1945억원, 2025년 1조47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관객 수도 2022년 1억1281만명, 2023년 1억2514만명, 2024년 1억2313만명, 2025년 1억609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부터 4년 연속 매출 1조원과 관객 1억명 선을 지킨 셈이다.
세계 시장에서도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영진위의 2024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박스오피스 매출 기준 세계 9위에 올랐다. 다만 같은 해 극장 매출은 2019년의 62.4% 수준에 그쳤다. 한국을 ‘성장하는 극장시장’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침체 속에서도 세계 10위권 규모를 유지하는 시장으로는 볼 수 있다.
특히 2025년에는 외국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외국영화 매출액은 6279억원으로 전년보다 24.7% 증가했고, 전체 극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로 높아졌다. 외국영화 관객 수는 6251만명으로 전년 대비 24.4% 늘었다. 반면 한국영화 매출액은 4191억원, 관객 수는 4358만명으로 각각 전년보다 약 39% 감소했다.
외국영화 통계에는 할리우드 작품뿐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등 다른 국가의 영화도 포함된다. 따라서 외국영화의 성장을 모두 할리우드의 성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다만 관객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해외 작품을 향한 수요가 확대됐다는 점은 글로벌 배급사가 한국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한국에서 SNS를 통해 형성되는 빠른 피드백도 영화계가 주목하는 요소다.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선택하는 관객도 존재한다. 영진위에 따르면 2022년 3D·4D·아이맥스 등 특수상영관은 전체 극장 관객의 7.7%를 차지했지만 매출 비중은 10.9%였다. 특수상영관의 관객당 매출이 일반관보다 높았다는 의미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영화 오디세이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제작자 엠마 토머스, 배우 맷 데이먼과 샤를리즈 테론은 기자간담회와 레드카펫뿐 아니라 국내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과거 언론 행사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방송과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 관객과 접점을 넓히는 방식으로 홍보가 확장됐다.
물론 선개봉과 내한이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홍보 문구도 개봉 요일과 시차에서 비롯될 수 있고, 스타가 한국을 찾아도 작품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으면 관객은 쉽게 돈을 쓰지 않는다.
한국 극장시장은 현재 성장보다 위축에 가깝다. 그럼에도 4년 연속 매출 1조원과 관객 1억명 선을 유지했고 2025년 외국영화 매출과 관객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여기에 선개봉을 소화할 수 있는 배급·상영 인프라와 빠르게 드러나는 관객 반응, K-콘텐츠가 쌓아 올린 문화적 관심이 더해졌다. 한국 시장의 진짜 경쟁력은 규모보다 영향력에 있다. 관객의 평가가 빠르게 형성되고 국경 밖으로 확산하는 구조가 할리우드의 개봉과 홍보 전략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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