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구속이요? 왜 그러십니까(웃음). 저는 그래서 제구 좋은 선수들을 좋아해요.”
프로야구 두산 김원형 감독이 활짝 웃었다. 시속 160㎞ 강속구가 오간 마운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통산 134승을 거둔 왕년의 에이스에게 질문이 돌아갔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리는 키움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펼쳐진 사령탑의 ‘구속 토크’다.
출발점은 하루 전 곽빈의 역투 때문이었다. 1999년생 동갑내기 파이어볼러 안우진(키움)과 맞붙어 최고 160㎞의 직구를 뿌렸다. 6이닝 5피안타 3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11승째를 챙기며 두산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데 김 감독의 평가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올 시즌 좋은 경기가 많았다. 어제는 그냥 곽빈 정도의 공을 던진 것”이라며 “상대 투수도 워낙 좋은 투수다 보니 제 기준에서 기대가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 160㎞에도 눈높이를 더 높게 잡을 만큼 곽빈을 향한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강속구 행진은 곽빈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도 직구 평균 구속이 154㎞에 달했다. 13개의 공 가운데 직구만 11개를 던졌다. 김 감독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걸 보고 ‘오늘은 직구로만 던지겠네’라고 이야기했다”며 “최근 KT전부터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지더니 어제는 구위까지 굉장히 좋았다”고 돌아봤다.
마지막을 책임진 이영하도 평균 150㎞의 빠른 공을 던졌다. 농담 삼아 구속 경쟁을 부추겼지만 이영하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이)영하는 평정심을 갖고 자기 패턴대로 하더라. 구속 경쟁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식으로 웃으며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자연스레 화두는 현역 시절 김 감독에게 향했다. 그는 “선발로 던질 때는 평균 140㎞ 초반 정도였고, 불펜에서는 140㎞ 중반까지 나왔던 것 같다”고 기억을 꺼냈다. 그리고 곧바로 “그래서 제가 제구가 좋은 투수를 좋아한다”고 미소 지었다.
결국 숫자보다 중요한 건 공이 향하는 곳이라는 게 20년 동안 KBO리그 마운드를 지킨 투수 출신 사령탑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정확하게 어디에 던지느냐다. 투수마다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자신이 먹고살 길을 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발투수의 완급 조절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는 “포심은 전력으로 던질 수 있다. 대신 변화구에서 힘을 조절하면서 100구 이상 던질 수 있도록 체력을 안배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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