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에 이름이 새겨지는 시간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날들. 적은 기회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기란 어려웠다. 프로 데뷔 12년 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갈고 닦으며 견뎌낸 시간이 비로소 커다란 환호와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올 여름, NC 타선의 알짜배기로 떠오른 포수 안중열의 이야기다.
안중열은 후반기 18경기 출전해 타율 0.440(25타수 11안타), 2홈런 7타점 6득점을 기록 중이다. 모두가 주춤할 때 홀로 빛나고 있다. 30일 현재 NC의 후반기 팀 타율은 0.264로 리그 9위까지 떨어졌다. 팀 타율 2위(0.278)를 달리던 전반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팀 타격이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진 상황이라 더욱 돋보이는 기록이다.
8월 성적은 더욱 놀랍다. 타율은 무려 0.533(15타수 8안타)에 달한다. 안타 8개 중 절반인 4개가 장타다. 2루타 2개와 홈런 2개를 몰아쳤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593으로 팀 내 1위다. 팀 평균 OPS 수치인 0.751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다.
13일 창원 KT전과 15일 부산 롯데전 활약이 백미였다. 13일 KT전에서는 3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2-4로 끌려가던 7회 터진 역전 스리런은 자신의 가치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어진 15일 롯데전에서도 4타수 4안타(2루타 2개) 1타점 2득점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단순한 백업을 넘어 주전 포수 김형준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 눈앞이다. 2018년에 세운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38개)에 단 7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른 지표에서도 개인 기록 경신을 목전에 뒀다. 1타점만 더 추가하면 최다 타점 기록(2018시즌 18타점)을 경신한다. 득점(2018·2021시즌 19득점)은 이미 타이를 이뤘다. 홈런 역시 2개만 더 보태면 최다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안중열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T의 특별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문했다. 2015시즌 1군에 데뷔했지만 20경기 출전에 그친 뒤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롯데에서는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기간을 포함해 총 6시즌간 뛰었다. 통산 303경기에서 타율 0.221(612타수 145안타), 12홈런 56타점 73득점을 기록했다. 잠재력이 높은 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백업 틀을 좀처럼 깨트리지 못했다.
2022년 12월, FA(자유계약선수) 노진혁(롯데)의 보상선수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에도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3시즌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5(154타수 30안타)로 부진했다. 2024시즌에는 부상 등이 겹치며 1군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33경기 출전해 타율 0.143(49타수 7안타)에 그쳤다. 커리어 사상 가장 낮은 타율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세혁이 삼성으로 떠나면서 확실한 백업 포수 자리를 확보했다. 그리고 찾아온 기회를 완벽히 잡으며,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보물로 거듭났다. 최근 NC(50승 2무 58패)는 연승 행진을 달리며 리그 6위까지 점프했다. 중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두산(60승 4무 52패)과는 8경기 차다. 가을야구를 향한 남은 32경기, 안중열의 뜨거운 방망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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