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서 잘 던져도 너무 잘 던진다. 당장 한 자리가 빈 선발진에 추가 공백까지 예고됐지만, 뒷문서 빼낼 엄두를 내지 못한다. 프로야구 두산의 아시아쿼터 좌완 타카다 타쿠토 얘기다.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 어깨 부상으로 빠진 데다 곽빈과 최민석으로 이어지는 원투펀치의 아시안게임(AG) 차출도 다가오지만, 사령탑은 타카다를 뒷문에 남기기로 했다.
올 시즌 리그 사정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0개 구단이 저마다 불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무리는 물론 이름난 셋업맨들까지 줄줄이 흔들리는 가운데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한 이닝 이상을 맡길 수 있는 좌완 필승조는 더욱 귀하다.
타카다는 27일 수원 KT전서 사령탑의 믿음에 답했다. 4-4로 맞선 9회 말 2사에 등판해 연장 10회까지 1⅓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25일과 26일에 이어 시리즈 최종전에도 출격해 3연투를 감수했고, 마지막 날엔 멀티이닝까지 책임졌다.
3연전 성적은 3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사흘간 46개의 공을 던지면서 샘 힐리어드와 김현수, 최원준, 김민혁 등 상대한 좌타자 8명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두산은 연장 11회 장진혁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 4-5로 패했다. 호투를 승리로 연결하지는 못했지만, 사흘 내내 접전의 한복판을 지킨 타카다의 헌신까지 가려지진 않았다.
두산은 현재 타카다와 김택연, 이영하를 앞세워 승부처를 버틴다. 김원형 두산 감독이 “10개 구단 가운데 우리 필승조 세 명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할 만큼 믿음이 두텁다.
특히 좌완 불펜 사정을 들여다보면 타카다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기존 왼손 필승조 이병헌은 올 시즌 51경기서 평균자책점 5.03으로 부침을 겪었다. 좌타자에게도 피안타율 0.295(95타수 28안타)로 고전한 데다 지난 21일 왼쪽 발목을 다쳐 1군에서 이탈했다. 엔트리에 있는 다른 좌완 잭 로그와 최승용은 모두 선발 자원이다. 결국 두산이 경기 후반 승부처에 내세울 수 있는 왼손 투수는 타카다가 유일하다.
처음부터 불펜이 목적지는 아니었다. 두산은 기존 아시아쿼터 타무라 이치로와 결별한 뒤 지난 5월 말 타카다를 영입했다. 타카다는 2021년 일본프로야구(NPB) 신인드래프트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6라운드 지명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부턴 NPB 2군 이스턴리그에 참가하는 오이식스 니가타서 뛰었다. 이 무대에선 올 시즌 평균자책점 1.75로 당시 이스턴리그에서 이 부문 1위를 달렸다. 그러나 KBO리그 첫 3차례 선발 등판서 평균자책점 8.76으로 흔들렸다.
시간이 필요했다. 퓨처스팀(2군)에서의 담금질도 한몫했다. 지난달 1군에 복귀한 뒤엔 줄곧 구원으로만 활약 중이다. 17경기 평균자책점 1.66를 써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선발 당시 9이닝당 7.30개였던 볼넷은 2.08개로 급감했다. 나아가 이달에만 좌타자 피안타율이 0.154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불펜 체질이라기보다 KBO리그에 적응한 결과라고 본다. 초반에는 고전했지만 이제 본래 모습이 나오고 있다. 공 자체가 워낙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AG 전후로 선발진에 (다시) 넣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필승조로 완전히 자리매김해 (뒷문서) 조금 더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지금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과 석 달 만에 타카다의 입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재계약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복덩이’ 외인이라는 증거일 터. 김 감독은 타카다가 KBO리그 활약을 발판으로 NPB에 복귀하더라도 아시아쿼터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지금 모습이라면 내년에도 함께하고 싶다”며 활짝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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