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비만치료제 주사를 사용하던 70대 여성이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귀가한 뒤 수시간 만에 숨진 사례가 알려지면서 비만치료제 사용 중 발생하는 복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노퍽주에 거주하던 캐롤라인 새비지(73)는 2024년 7월 체중 관리를 위해 비만치료제 주사를 처방받아 약 4개월간 체중을 128㎏에서 114㎏으로 감량했다. 이후 투여량을 7.5㎎에서 10㎎으로 높인 뒤 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 급성 췌장염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나오지 않아 진통제와 주의사항을 안내받고 귀가했다.
하지만 새비지는 퇴원 약 6시간 뒤 집에서 쓰러져 숨졌다. 부검 결과 S자결장 게실 천공에 따른 분변성 복막염이 사망 원인으로 확인됐다. 검시 과정에서는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던 게실질환과 약물로 인한 위장관 운동 저하·변비의 영향 가능성이 논의됐지만 비만치료제 주사가 장 천공을 직접 일으켰다는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투여량 높인 후 복통 심해졌지만, 사망 원인은 ‘장 천공’
이 사건에서 약물이 장 천공이나 사망을 직접 유발했다는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은 만큼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 사용 자체를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치료 중 나타날 수 있는 메스꺼움·변비 등 흔한 위장관 이상반응과 진료가 필요한 심한 복통의 차이를 알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이형 민트병원 내과클리닉 원장(호흡기내과 전문의·의학박사)의 도움말로 자세히 살펴봤다.
김 원장은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면 복통이나 메스꺼움, 변비처럼 비교적 흔한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통증의 강도가 갑자기 심해지거나 평소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면 약의 일반적인 부작용이라고 스스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췌장·담낭 질환뿐 아니라 장폐색이나 천공 등 다른 복부 응급질환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치 심하게 아프고 등까지 뻗친다면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주사로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는 과정 자체가 담석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담석이 담관이나 췌관의 배출 부위를 막으면 담낭염이나 담석성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체중감량 과정에서 나타난 상복부 통증을 무조건 약물에 의한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으로 볼 수는 없다.
전형적인 급성 췌장염에서는 명치나 상복부에 지속적인 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통증이 등 쪽으로 퍼지기도 한다. 구역과 구토가 동반될 수도 있다.
급성 췌장염 진단은 일반적으로 ▲췌장염에 부합하는 특징적인 복통 ▲혈중 아밀라아제 또는 리파아제가 정상 상한의 3배 이상 상승 ▲CT나 MRI 등 영상검사에서 췌장염에 합당한 소견 등 3가지 가운데 2가지 이상을 충족하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김 원장은 “명치 부위의 심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등으로 뻗치는 통증, 반복되는 구토 등이 동반된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리파아제와 아밀라아제 등을 확인하고 증상에 따라 복부 초음파나 CT 등 영상검사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며 “담석이나 담도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부 초음파는 담낭 담석이나 담도 확장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 흔히 활용되는 검사다. 다만 장내 가스나 체형, 병변 위치 등에 따라 췌장이나 총담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임상적으로 담관 내 결석이나 췌담관 이상이 의심되는데 초음파에서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환자 상태에 따라 MRI를 이용한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MRCP) 등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MRCP는 방사선 노출 없이 담관과 췌관의 구조를 비침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반대로 급성 복통의 원인을 폭넓게 살펴야 하거나 췌장염 합병증, 장 천공·장폐색 등 다른 복부질환까지 감별해야 한다면 CT가 더 적절할 수 있다. 검사 선택은 특정 검사가 무조건 우월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과 혈액검사 결과, 의심 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김 원장은 “비만치료제 사용 중 나타나는 모든 복통이 위험한 합병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갑자기 발생한 심한 복통이 지속되거나 반복적인 구토, 발열, 황달, 복부팽만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단순한 약물 부작용으로 버티기보다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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