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대본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이 이렇게까지 유기적으로 맞물린 작품이 최근에 또 있었을까.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역대급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 촘촘한 대본에 더해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까지 더해지며 국내 OTT에서 눈에 띄는 반전 흥행을 일궈내고 있다.
지난 7월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공개 첫 주부터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에 오른 데 이어 시청량이 169% 추가 상승하면서 역대 쿠팡플레이 시리즈 누적 시청량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에도 3주 연속 인기작 1위를 지켰고, 8월 3주차 기준 컨슈머인사이트 OTT K-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자 평가 리포트 드라마 부문 만족도 1위에도 올랐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 시청자 체감 평가 또한 열광적이다.
작품의 초반 설정만 놓고 보면 흔한 불륜극을 떠올리기 쉽다. 행복한 가정을 내세우며 살아가는 인플루언서 부부 경희와 재홍, 이혼 소송 중인 의사 부부 수정과 보성이 이웃으로 만나면서 서로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시리즈는 불륜을 갈등의 출발점으로 삼을 뿐, 이야기를 단순한 치정극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불륜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나 싶더니 뺑소니 사고와 시체 은폐, 협박 등 새로운 사건들이 꼬리를 물면서 인물들의 관계는 끊임없이 뒤집힌다. 익숙한 소재에 예측불가능한 사건을 덧붙이며 극적 장치를 키우는 구조다. 여기에 주변 인물들까지 본격적으로 판에 뛰어들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무엇보다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김혜수는 인테리어 회사 CEO이자 인기 인플루언서 경희를 맡아 화려하고 당당하면서도 성공을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위풍당당한 면모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서늘함을 오가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본인이 직접 연구한 인플루언서 특유의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 또한 방영 내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작품 안팎에서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조여정 역시 이혼 소송 중인 의사 수정 역을 통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평소엔 예민하면서도 우아한 면모를 지니다가도 딸의 뺑소니 사고, 그리고 불륜을 들켰을 때의 폭발하는 에너지는 극에 몰입도를 더한다. 특히 김혜수와 조여정이 붙는 장면은 이 시리즈만의 묘미다. 두 배우의 팽팽한 기싸움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로 작용한다.
김지훈과 김재철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김지훈은 성공한 아내 경희의 그늘에 가려 살아가는 배우 재홍을 맡아 능청스러움과 찌질함, 불안함을 오가는 인물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자칫 밉게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에 인간적인 허점을 더하면서 극의 블랙코미디적 성격을 살린다. 김재철 역시 수정과 이혼 소송 중인 보성의 복잡한 상황과 감정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후반부 극의 키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경희와 묘한 기류를 풍기면서 극의 새로운 관계성을 이끄는 핵심 변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타인은 지옥이다’(OCN), ‘살인자ㅇ난감’(넷플릭스) 등 장르물을 주로 연출했던 이창희 감독의 세련된 연출도 독보적이다. 블랙코미디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이 감독은 빅클로즈업 샷 등 과감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선보이며 시청자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이번 작품으로 입봉한 정은경, 박수린 작가의 대본은 치밀한 전개를 자랑한다. 불륜으로 시작한 이야기를 연이은 사건사고로 확장하면서 작품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도록 탄탄한 구성의 짜임새를 보여준다. 김혜수를 비롯한 배우들 또한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건 대본이 재밌어서”라고 할 정도다. 특히 김혜수는 “전환시키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구성 요소가 없는데 새롭게 느껴졌다”고 극찬했다.
시리즈는 두 개의 회차만 남겨두고 있다.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이야기 역시 더욱 거센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특히 이 감독과 김혜수 모두 7회에 주목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김혜수가 “재미있다고 느껴지면서도 공포감이 있다”고 언급한 만큼 후반부에 어떤 반전과 관계의 변화가 펼쳐질지 관심이 쏠린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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