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 땅은 더 굳어진다. 부상을 딛고 돌아온 ‘캡틴’ 채은성(한화)이 그렇다. 한층 단단해진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전반기 장기 이탈은 아픔이었다. 팀의 부침을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 안타까움은 집념으로 승화됐다.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는 동력이 됐다. 채은성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한화의 마지막 추격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절정의 타격감이다. 지난 13일 잠실 두산전을 시작으로 23일 대전 LG전까지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성적은 17경기 출전해 타율 0.349(63타수 22안타), 3홈런 7타점 8득점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 성적(타율 0.286, 5홈런 37타점 18득점)을 크게 웃도는 페이스다.
최근 한화의 중심 타선은 진통을 겪고 있다. 후반기 페라자는 1할대 타율로 침체돼 있다. 강백호 역시 타율 0.233(23타수 17안타)에 3홈런으로 주춤하다. 이 가운데 채은성이 보여주는 알토란 같은 활약은 가뭄 속 단비와 같다.
이 같은 반등은 부상과 재활이라는 긴 시련 끝에 얻은 결과다. 채은성은 올 시즌 전반기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5(102타수 25안타), 2홈런 12타점 25득점으로 부진했다. 매 시즌 8할대를 유지해 왔던 OPS(출루율+장타율)도 0.646으로 뚝 떨어졌다. 내림새의 원인은 쇄골 염좌 부상이었다.
채은성은 지난 5월6일 병원 검진에서 좌측 쇄골 만성 염좌 소견을 받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쇄골은 상체 회전과 팔의 가동 범위를 결정짓는 핵심 부위다. 타격 시 강한 회전력을 공에 전달하는 축이 된다. 수비 시에도 송구와 포구 동작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증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스윙 궤적을 그리거나 힘을 싣기 어렵다.
재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6월30일 1군 콜업이 예정돼 있었으나, 부상 부위에 통증이 재발했다. 결국 전반기 복귀는 무산됐다. 기다림 끝에 채은성은 7월 28일 대전 롯데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무려 83일 만의 귀환이었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긴 공백기였음에도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캡틴의 복귀는 중위권 싸움이 치열한 한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25일 현재 한화는 49승3무57패로 리그 7위다. 6위 롯데(50승 2무 58패), 8위 NC(48승 2무 56패)와 승차가 없는 촘촘한 순위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두산(58승 4무 50패)과는 8경기 차다. 가을야구를 향한 추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야 한다. 채은성이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잡고 팀의 반격을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