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킬러들의 쇼핑몰2’ 정지안의 각성, 김혜준의 성장

배우 김혜준이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2’를 완주했다. 시즌1의 수동적인 정지안을 벗어 던지고 머더헬프의 대표로 강인해진 정지안을 연기하며 인물과 배우의 성장을 동시에 그렸다. 배우 인생에 깊이 남을 작품, 긴 호흡을 쌓아온 캐릭터와의 작별에 눈물이 터져나온 이유다.

 

최근 막을 내린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는 2024년 공개된 시즌1의 다음 이야기를 그렸다. 혹독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쇼핑몰의 새로운 대표가 된 정지안(김혜준)이 살아 돌아온 정진만(이동욱)과 함께 바빌론에 맞서 반격하는 스토리다. 

 

◆정지안, 주인공은 너야

 

김혜준은 “시즌2가 나온 것 자체가 시즌1이 사랑받았다는 증거다.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며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고, 시청자로서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더욱 ‘킬쇼’ 세계관의 팬이 됐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2년만에 다시 입은 정지안이었다. 시즌1이 생존에 주안점을 뒀다면 시즌2는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는 “마냥 숨는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협하는 대상들을 없애자는 마음으로 전면에 나섰다”고 했다. 정지안이 정진만(이동욱)의 조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의 존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체로 지안이의 성장이었다. 

 

감독과 이동욱은 모두 “정지안이 ‘킬쇼’의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믿음이 큰 힘으로 다가왔다. “(이동욱) 선배만의 화법으로 나를 응원해주신 거란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믿어주면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다. 어떻게 해도 다 받아주시더라. 연기할 맛 나는 현장이었다”고 돌아봤다. 

부담이 없을 수는 없었다. 캐릭터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부담감도 증폭됐지만, 그럴 때마다 주위의 믿음이 느껴졋다. “지안을 워낙 애정했던 사람으로서 한 번 더 지안이로 살 수 있어서 기뻤다. 동시에 시즌2를 기다려주신 분들께 부응해야 했다. 어떤 성장을 보여줘야 할 지 고민했다. 작품 속 지안이와 배우 김혜준의 성장을 모두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받아들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기의 결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육체적인 타격감이 들어가는 액션을 보여줬다면, 시즌2의 지안이는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비교적 많이 드러냈다. 아끼는 사람들을 으며 겪는 상실, 그로 인한 각성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초점을 맞췄다. 보는 이들이 지안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함께 생활한 시간들이 모여 극 중의 설정 이상의 감정들을 만들어냈다. 하남도의 배경이 되는 통영에서도 동고동락하며 우애를 쌓았다. 김혜준은 “웃고 떠들며 정을 많이 쌓았다. 애틋함한 시간들을 뒤로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신을 찍다보니 무언가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감정이 나왔다”며 “이렇게 슬플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정을 많이 나눴다”고 했다. 전반부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우진 역의 배우 유현수와의 호흡도 돋보였다. “감정 서사를 따라가야 하는 중요한 상대여서 친해져야 했는데, 노력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워낙 순수한 친구라 햇살 같이 어우러져 줬다”며 “함께한 순간의 잔산이 동화처럼 남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잘 들어, 정진만”…시즌3 올까

 

시즌2, 정지안의 감정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뉘었다. 우진의 죽음으로 첫 각성이 일어났다면, 브라더의 죽음으로 또 한 번 각성했다. “닫았던 마음을 열고 ‘나 조금 행복해도 되지 않을까’ 희망을 품기 시작했을 때 우진의 죽음으로 무너졌다”고 돌아봤다. 각성 후 쇼핑몰의 주인이 되고 나서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자신으로 인해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바라보며 직접 창고를 불태우는 것이 정지안의 2차 각성의 장면이었다. 그는 “그래서 스며드는 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여야 무너질 때 크게 다가올 것 같았다”고 짚었다. 

 

생사를 함께한 머더헬프 가족들의 죽음은 뼈아팠다. 완전하게 무너지는 정지안의 모습은 스스로에게도 새로웠다. 아이처럼 울다가도 브라더의 죽음에 분노하는 모습은 좀처럼 마주하지 못했던 모습이라 더욱 기억에 남았다.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철승과의 에피소드를 들어볼 수 있었다. 탈북민 철승이 지안에게 건넨 네잎클로버 신은 김혜준의 제안으로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그런 신이 없으면 보는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철승과 김 실장만 살아남는다는 결과를 두고 머리를 맞대며 만든 신”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민혜, 진우, 브라더 모두 지안과의 소소한 서사가 쌓여있었다. 행운의 아이템을 고민했고, 결국 무사히 담긴 네잎클로버 신 덕에 극 말미 지안과 철승의 뜨거운 포옹이 더욱 울림을 안길 수 있었다.

 

귀에 박히듯 들어온 “잘 들어, 정지안”이라는 대사는 시즌2 엔딩에서 뒤집혔다. 머더헬프의 대표가 된 정지안이 삼촌에게 “잘 들어, 정진만”이라는 말을 건네며 엔딩을 맞았다.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호평 속에 두 시즌을 전개한 만큼 시즌3를 향한 시청자의 기대도 크다. 현장에서도 시즌3에 대한 이야기가 피어 나왔다. 김혜준은 “‘이젠’이라는 대사 이후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다. ‘이젠 집에 가자’라는 의견도 있었고, ‘다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면서 “쇼핑몰을 불태우면서 킬러의 삶을 완전히 받아들였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 보다는 쇼핑몰 대표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점쳤다. 

◆시즌1로 닫은 20대, 시즌2로 연 30대

 

시즌제 드라마에 처음 도전하며 꼬박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지안으로 살아왔다. 마지막 촬영을 하면서 ‘이 신이 끝나면 다신 현장에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모른 채 NG를 내기도 했다고. 촬영을 마치고 나니 공허함이 몰려왔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고 돌아본 그는 “혼자 있을 수 없어서 부모님 댁에 가서 엉엉 울었다. 부모님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며 “배우로 생활하며 가장 긴 시간을 정지안과 보냈다. 시원섭섭한 감정이 몰려왔다”고 했다. 

 

가장 긴 호흡을 나눈 캐릭터였다. 정지안의 성장을 바탕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 그리고 이 모든 걸 끝냈다는 점에서 배우로서의 성장도 분명 느꼈다. “분명한건 책임감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강조하며 “어떻게 하면 더 와닿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좋은 평가를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으로 20대를 마무리했고, 시즌2로 30대를 열었다. 덕분에 용기도 많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일어나지 않을 미래를 상상하며 걱정하곤 했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더라. 더 용기를 얻고 많은 것들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강인함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즌2를 찍으며 여유를 발견했고, 30대에 기대감이 더해졌다. 그는 “더 과감해질 것 같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킬쇼’에서는 과감하게 조준해 상대를 저격하는 킬러라면,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최애의 사원’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돌 그룹을 사랑하는 낭만주의자 남다름으로 분해 강훈, 차우민과 호흡하고 있다. 자신 조차 신기할 정도로 상반된 캐릭터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배우로 데뷔한 지 10여 년. 연기하면 할수록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진다. 연기하며 얻는 희열과 성취감이 있는 한편, 막중한 책임감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이번 시즌 이 같은 감정을 크게 느꼈다. 

 

김혜준은 “몇 초짜리 걸어가는 신을 찍기 위해 스태프 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거리를 세팅하고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책임감을 느꼈다. 가볍게 생각하고 생각 없이 걷는다면 이 분들의 노고가 물거품이 될 것 같았다”며 “원대한 꿈은 없지만,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연기도 나올 거라 믿는다”라고 굳은 소신을 드러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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