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빚은 스타, 복귀 기준은] 마약으로 무너졌던 할리우드 스타들…‘제2의 전성기’ 맞은 이유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AP/뉴시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AP/뉴시스


마약·약물 문제로 한순간에 추락한 스타가 다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해외에서는 낯설지 않다. 특히 할리우드에서는 과거의 잘못만으로 배우의 경력을 영구적으로 단절하기보다 이후의 변화와 작품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주는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약물 중독 딛고 화려한 재기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영화 ‘아이언맨’으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후 현재 가장 몸값이 비싼 배우 중 한 명으로 속하지만 과거 마약 중독으로 오랜 방황과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였던 아버지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마약을 접한 그는 성인이 되기도 전에 약물에 의존했다.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고, 오스카 역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배우로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반복되는 약물 문제가 항상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1990년대 촉망받던 청춘스타였지만 동시에 심각한 마약 중독 때문에 사생활이 최악이던 배우로 악명 높았다. 약물 중독으로 여러 차례 체포와 가석방을 반복했다. 특히 1996년에는 과속으로 적발될 당시 헤로인과 코카인 등과 권총이 발견돼 큰 파장을 일으켰고, 당시 3년간의 보호관찰과 약물 검사 명령을 받았다. 1999년에는 재활 프로그램을 반복 이탈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약 1년간 수감됐다. 

 

할리우드 퇴출 기로에 놓였던 그는 2003년 마약 근절을 다짐했다. 당시 영화 촬영 중 만난 현재의 아내 수잔 다우니가 “마약을 완전히 끊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재활에 집중한 그는 멜 깁슨 등 동료 배우들의 도움으로 소규모 저예산 작품에 출연하며 복귀에 시동을 걸었고 마침내 2008년 마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면서 극적인 재기에 성공했다. 

 

국내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로켓 역으로 인지도가 높은 배우 겸 감독 브래들리 쿠퍼 역시 20대 심각한 약물과 알코올 남용에 빠졌고 자신에 대한 회의감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 드라마에서 해고된 뒤 코카인에 중독돼 방황하던 그는 동료 배우로부터 “약과 술에 취해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무례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자신이 주변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쿠퍼는 2004년 29세를 기점으로 완전한 금주와 약물 근절을 결심했다. 

 

브래들리 쿠퍼 사진=AP/뉴시스
브래들리 쿠퍼 사진=AP/뉴시스

 

치열한 자기관리와 연기 훈련을 거쳐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스타 이즈 본’ 등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단골 후보에 오르는 것은 물론 감독과 제작자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감독 데뷔작이자 주연작 ‘스타 이즈 본’에서는 알코올·약물 중독에 빠진 뮤지션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과거 중독 경험이 도움되기도 했다. 

 

이밖에 배우 명문가 아역 스타 출신 드류 베리모어는 10대 시절 마약까지 중독돼 자살 시도까지 하는 등 방황해 당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후 약물 중독을 재활 병원 치료를 통해 극복하고 아버지 역할을 자처한 대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정서적인 도움 등으로 성공적인 배우이자 프로듀서, 토크쇼 호스트로 안착했다.

 

◆해외도 약물 문제 엄격…세밀한 리스크 관리

 

약물 문제를 겪고도 이들이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구권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약 중독 문제가 사회에 익숙하기 때문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약물 중독을 도덕적 일탈이나 범죄로만 보지 않고,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질환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국내보다 공론장에서 훨씬 익숙하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이를 증명하면 일상 복귀를 수용하는 폭이 훨씬 넓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에서 약물 범죄나 중독 문제를 결코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약물 범죄와 중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강하고, 약물 문제로 경력이 무너진 유명인도 많다. 약물 문제는 여전히 배우 개인의 이미지뿐 아니라 제작사와 투자자, 동료 배우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리스크다. 특히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거짓말로 일관한 경우에는 사회적 매장 수준의 징벌을 받는다. 

 

할리우드 역시 배우의 과거 전력이나 사생활 논란이 작품의 흥행과 제작에 영향을 미칠 경우 캐스팅에서 배제하는 일이 잦다. 다만 정교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스타들의 재기를 뒷받침한다. 마약 전력이 있는 배우를 기용할 때 완성 보증 제도를 통해 배우에게 정기적인 불시 약물 검사를 요구하고, 재발 시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특약 조건을 단다. 실제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출소 후 어떤 곳도 그에게 보증을 서주지 않아 캐스팅이 불가능했지만 멜 깁슨이 사비로 보증금을 전액 대납하며 재발 시 발생하는 모든 손해를 본인이 떠안겠다고 서명해 겨우 출연할 수 있었다.

 

◆마약 전력만큼 중요한 회복 과정 

 

해외에서는 한 번의 사건을 이유로 경력을 영구적으로 끝내기보다 회복 과정과 재발 방지 노력, 현장에서의 유대감이나 이후의 행보를 함께 평가하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약물 문제를 겪었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그 사람의 사회적·직업적 정체성 전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 단절을 결심했을 당시 버거킹에서 치즈버거를 먹다 자신이 약물로 미각조차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바다로 차를 몰아 차에 있던 모든 마약을 던진 일화로 유명하다. 이후 그는 12단계 회복 프로그램, 명상, 무술(영춘권), 심리 치료 등을 병행하며 약물 근절 의지에 진정성을 보였다.  

 

물론 성공적인 재기의 전제 조건에는 대중의 신뢰가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치료와 회복의 시간을 충분히 거친 뒤 상당 기간 자신의 경력을 통해 신뢰를 천천히 다시 쌓는다. 해외 스타들의 사례는 마약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잘못 이후의 회복과 책임, 그리고 이후의 삶도 또 다른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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