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하게 88세까지” 건재한 빅뱅, 다시 뛰는 20주년 [공연리뷰]

 

 

추억을 품은 음악은 십 수년이 지나도 여전히 심장을 뛰게 한다. 3인 체제로 다시 뭉친 빅뱅이 20년의 시간을 관통하며 변치 않는 명곡의 힘을 증명했다.

 

빅뱅이 23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월드투어 ‘엑스엑스: 코스모스(XX : COSMOS)’ 공연을 열었다. 빅뱅의 데뷔 20주년을 맞아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열린 공연은 매 회차, 추가 좌석까지 전석 매진됐다. 

 

사흘간 폭우와 무더위 속에서도 빅뱅을 보기 위한 V.I.P(팬덤명)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틑날 비가 내려 야외공연에 대한 우려를 낳았지만, 공연 시작이 임박하자 귀신같이 하늘이 개여 쾌적한 관람을 가능하게 했다. 11년 만에 재개된 공식 팬클럽 가입 물품을 받는 줄은 물론 공연 물품(MD) 구매를 위한 대기 행렬도 끝없이 이어졌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공연장을 둘러싼 팬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노란 응원봉을 들고 공연장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빅뱅 완전체 공연에 유재석, 박명수, 조세호, 김준수(XIA), 효린, 에이티즈, 트레저 등 동료 연예인들도 방문했다.  

◆빅뱅과 V.I.P, 판타스틱한 20주년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19일 발표한 신곡 ‘빅(BiiiG)’ 뮤직비디오 상영이 끝나고 LED 화면이 암전됐다. 이내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의 비트가 터져나왔다. 2012년에 발표한 빅뱅의 대표곡 중 하나다. 

 

노랑(지드래곤), 분홍(태양), 파랑(대성) 머리를 한 세 멤버가 무대를 열고 등장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뱅봉(응원봉)은 노랑, 파랑 물결을 만들었다. 다섯 명이 채웠던 무대를 남은 3인의 멤버가 빈틈없이 메꿨다. 2010년대 초반, 빅뱅이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그 시절의 곡들이 추억을 소환했다. ‘투나잇(TONIGHT)’ ‘루저(LOSER)’를 부르며 돌출 무대로 달렸다. 객석에 한 발 더 가까워진 멤버들은 관객들의 함성과 떼창 속에 무대를 이어갔다. 

 

“빅뱅이 돌아왔습니다”라는 지드래곤의 인삿말은 빅뱅의 20주년을 체감하게 했다. 그는 “빅뱅의 20주년 기념 월드투어다. 2006녀 시작돼 이제 2026년에 와 있다”며 지난 20여 년을 돌아봤다. 태양은 “20주년을 맞아 이렇게 새로운 모습과 새로운 무대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갑다”고 인사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즐겨달라”는 멤버들의 당부 속에 본격적인 ‘코스모스’의 막이 올랐다. 

 

이번 투어에서는 20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명곡부터 각 멤버의 솔로 무대와 신곡 최초 무대까지 20년 전 시작된 빅뱅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겼다. 음악적 서사를 응축한 무대는 물론 V.I.P(팬덤명)가 함께 만들어 가는 순간들이 어우러졌다.

◆대성·태양·GD, 3色 솔로무대

 

지난 22일 종일 비가 내리다가도 공연시간이 되어서는 맑게 개인 하늘 아래서 공연할 수 있었다. 이날도 비구름은 온데간데 없이 파아란 하늘이 빅뱅과 V.I.P의 만남을 축복했다. 대성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날씨가 걱정돼 혹시 모르는 상황도 대비했는데, 공연 즐기고 싶은 여러분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공연 시간에는 비가 한 방울도 안 왔다. 오늘도 적당한 날씨 바람도 솔솔불며 공연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 K-트로트로 미국 코첼라를 사로잡은 대성답게 솔로무대 첫 주자로 나서 좌중을 휘어잡았다. 이번 공연은 다중 모터 토크 동기화 기술을 접목한 23톤 규모의 이동형 LED로 공연명 ‘코스모스(COSMOS)’ 세계관을 구현했다. 지난해 발표한 솔로앨범의 ‘유니버스(Universe)’와 2012년 발표한 ‘날개’ 무대는 화려한 LED 배경과 어우러져 더욱 몰입감을 높였다. 

 

대성의 잔망스러운 말솜씨는 빅뱅의 공연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텐션이 끌어올랐는지 모르겠다. 여러분이 기대하고 있는 마음이 보인다. 더 놀아야 하고 춤추고 싶은 마음이 한도초과라는 걸 안다”며 자신의 대표곡 ‘한도초과’를 무대를 이어갔다. 코첼라에 등장했던 ‘안녕하세요 대성입니다’ 자막을 국내 팬들에게도 선보였다. 구성진 멜로디에 전매특허 무대매너로 ‘날 봐 귀순’까지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꾸몄다 .

다음 주자는 태양이었다. 올초 발표한 신곡 ‘배드(BAD)’는 무대 위에서 카메라를 비춰 새로운 시각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핑크 머리의 태양을 잠시 지우고 전광판은 흑백 효과를 쓴 태양과 댄서들을 조명했다. 2013년 발매돼 솔로 태양의 대표곡으로 불리는 ‘링가 링가(RINGA LINGA)’도 만나볼 수 있었다. 

 

태양과 관객들은 ‘링가 링가’를 무반주로 주고 받으며 솔로 무대의 여운을 이어갔다. 태양이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관객들은 태양의 본명인 “동영배”를 연호했다. 활짝 웃어보인 태양은 “태양도 아니고 찐 이름 동영배를 불러주시다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정규 4집의 타이틀곡 ‘퀸테센스(QUINTESSENCE)’의 타이틀곡 ‘리브 패스트 다이 슬로우(LIVE FAST DIE SLOW)’는 함성이 큰 방향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객석을 향해 무대를 선사했다. 앞선 대성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로 공연장을 휘감았다.

솔로 마지막 무대는 지드래곤이 장식했다. 무더운 기온에도 새빨간 제복에 커다란 털모자를 써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뽐냈다. 비교적 최근에 발표한 ‘파워(POWER)’를 시작으로 1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가 ‘크레용(Crayon)’, ‘삐딱하게’로 그 시절 추억을 소환했다. 

 

◆“8년8개월 만 공연, 88하게 88세까지”

 

세 멤버의 솔로 무대를 마치고 다시 3인 완전체로 뭉쳤다. 도입부부터 심장을 쿵쾅이게 하는 ‘뱅뱅뱅’에 이어 ‘스튜핏 라이어(STUPID LIAR)’, ‘맨정신’까지 또 한 번 시간 여행을 떠났다. 10년이 훌쩍 지난 곡들이었지만 곡이 주는 울림은 여전했다. 멤버들도, 객석의 V.I.P도 하나되어 목청껏 노래했다. 

 

신곡 ‘빅(BiiiG)’ 무대에 앞서 20주년을 맞이한 멤버들의 소회를 들어볼 수 있었다. 4년 4개월 만에 발표하는 팀의 신곡이다. 대성은 “20주년 신곡을 내면서 어제부로 짧고 굵게 한 주에(활동이) 다 끝났다. 오랜만에 셋이 뭉쳐서 활동을 해봤다”고 말했다. 빅뱅은 대성이 호스트로 있는 웹예능 ‘집대성’과 유재석의 ‘핑계고’ 등에 완전체로 출연했다. 

 

지드래곤은 ‘핑계고’에 출연해 신곡 작업에 관한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기존 빅뱅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3인 체제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위한 고민이 있었다. 그는 “‘빅’은 (기존) 빅뱅의 느낌이 없으면서도 우리의 감성은 있다”며 “멤버 수도 다섯 명에서 세 명으로 바뀌어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태양이 “진심으로 촬영하면서도 즐거웠다. 우리도 이렇게 즐거운데, 팬 여러분은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했다”고 말하자 지드래곤 역시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공감했다. 

‘핑계고’에서 멤버들은 ‘빅’은 선공개 곡일 뿐, 향후 신곡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자아낸 바 있다. 이날 공연에서도 대성이 “이 곡(‘빅’)으로 20주년 활동을 마무리 짓기에는 아쉬운 것 같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태양도 “‘빅’ 한 곡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 그러면 빅이 아니라 엑스 스몰이 된다. 미듐도 아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빅’을 작업한 지드래곤에게 눈길이 쏠렸다. 그는 “아시다시피 하면 바로 할 수 있다. 머릿 속에 있다”라고 말해 환호를 자아냈다. 대성은 분위기를 몰아 “지용이 형이 흘러가는 듯 말해도 떡밥이 다 회수된다. 나중에 뭔가 나오면 놀랄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대성은 “모든 말이 힌트가 될 수 있다. (지드래곤이) 숫자에 일가견이 있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유니버스가 있다”며 “신곡도 4년 4개월 만에 나왔다. 둘을 더하면 8이 된다. 그리고 8년 8개월 만에 공연을 한다. 지드래곤은 88년 8월 18일생”이라며 ‘8 세계관’에 힘을 실었다.

 

태양도 가세해 “이대로라면 팔팔(88)하게 88세까지 공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며 “시간이 정말 빠르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 20년이라는 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고 소회했다. 

◆“구관이 명관“ …‘빅(BiiiG)’ 최초 공개

 

웅장한 비트가 울려퍼지며 ‘빅’의 최초공개 무대가 시작됐다. 이 곡은 작곡·작사에 참여한 지드래곤의 날카로운 래핑과 태양의 그루비한 보컬, 대성의 파워풀한 보이스를 특징으로 한다. 세 멤버의 각기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하나된 빅뱅의 시너지를 내뿜는 무대가 펼쳐졌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야속할 만큼 짧고 굵은 신곡 무대였다.  

 

타임머신은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갔다. 앙코르 무대를 준비하는 멤버들을 기다리며 V.I.P는 ‘천국’의 후렴구를 목청껏 불렀다. ‘천국’, ‘붉은 노을’, ‘마지막 인사’와 ‘꽃길’, ‘봄여름가울겨울’까지 지난 20년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명곡들이 울려퍼졌다. 멤버들은 1층 객석에 내려와 관객들과 한층 가까이서 호흡했다. 마지막 날 공연인 만큼 체력이 다 할 때까지 열정을 불태웠다. 멤버들은 땀으로 흠뻑 젖은 채로 공연 막바지를 향해갔다. 관객들도 오늘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려는 듯 멤버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속 퍼레이드 속에 150분이 훌쩍 넘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많은 기록이 증명한 빅뱅의 20년이 K-팝의 역사다. 이들은 K-팝 그룹 최다 퍼펙트 올킬(7곡)을 기록했고, 2000년대 - 2010년대 - 2020년대 멜론 연간 차트 톱10에 모두 이름을 올린 최초이자 유일한 K-팝 그룹으로 남아 있다. ‘뱅뱅뱅’은 남자 아이돌 최초로 멜론 연간 차트 1위에 올랐고, 그해 국내 주요 6대 음악 시상식에서 총 22관왕을 차지했다. 글로벌 음악 시장은 물론 투어로 세운 기록도 독보적이다. 

 

지난 19일 공개된 ‘빅’ 역시 기록을 세웠다. 발매와 동시에 국내 주요 음원 차트와 아이튠즈 송 차트 누적 24개 지역에서 1위를 석권하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고, 특히 멜론에서는 2026년 발표곡 중 발매 직후 1시간 최다 이용자 수를 기록하며 톱100 1위로 직행, 일간 차트 정상까지 꿰찼다.

 

여전한 레전드 빅뱅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는 20주년이다. 고양에서 화려한 막을 연 빅뱅의 20주년 월드투어 ‘엑스엑스: 코스모스(XX : COSMOS)’는 향후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전 세계 19개 도시에서 총 33회에 걸친 대장정을 펼쳐간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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