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얌전하다. 가족을 태우고 장을 보러 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편안하고 다루기 쉽다. 그런데 오른발에 조금만 힘을 주면 태도가 돌변한다. 얌전한 얼굴 뒤에 숨겨놓은 힘이 상당하다. BMW X3 M50 xDrive 이야기다.
이번에 만난 차는 막 출고된 신차가 아니었다. 주행거리 약 8000㎞.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제법 길이 든 차다. 서울에서 충북 진천까지 내려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택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전혀 다른 조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센 비가 쏟아지는 와인딩 로드였다.
두 환경은 극명하게 달랐지만 오히려 덕분에 X3 M50 xDrive가 가진 두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는 잘 차려입은 신사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우선 편안함이 먼저 다가온다. X3 M50 xDrive라고 해서 항상 운전자를 자극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속도에서는 일반 X3처럼 차분하다. 직진 안정성이 좋고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은 노면의 잔진동을 적절하게 걸러낸다.
고성능 SUV라고 몸에 힘을 주고 탈 필요가 없다. 그런데 추월을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X3 M50 xDrive에는 M 트윈파워 터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조합된다. 최고출력은 398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6초면 도달한다.
숫자보다 실제 체감이 더 재미있다. 페달을 밟는 순간 잠시 고민하다 속도를 높이는 SUV가 아니다. 오른발의 움직임에 즉각 반응하고, 속도계 바늘을 빠르게 밀어 올린다. 중속 이후에도 힘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차체가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평소에는 힘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다가 운전자가 요구하는 순간에만 꺼내놓는다. 이 차가 마음에 든 가장 큰 이유다.
◆굳이 하나 아쉬운 건 배기음
반대로 아쉬움도 분명하다. 사운드다. 뒤에는 4개의 테일파이프까지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기대만큼 목소리가 크지는 않다. 이전 세대 BMW의 고성능 직렬 6기통 모델에서 느꼈던 풍성하고 거친 배기음과 비교하면 상당히 얌전해졌다.
물론 시대가 달라졌다. 소음과 배출가스 규제는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고 고성능 자동차도 일상적인 정숙성을 요구받는다. 그럼에도 직렬 6기통 BMW를 선택하는 사람에게 ‘소리’ 역시 성능의 일부다. 빠르다는 사실을 속도계가 아니라 귀로도 느끼게 해줬던 과거의 감성이 조금 그립다. 흥미로운 건 이 아쉬움이 X3 M50의 장점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소리가 얌전해진 만큼 평상시에는 더 젠틀하다. 가족을 태우고 장거리를 달려도 부담스럽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지 않을 때 굳이 자신의 성능을 떠벌리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시대가 원하는 M 퍼포먼스 모델의 모습일 수도 있다.
◆폭우가 내리자 진짜 실력이 드러났다
진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폭우를 만났다.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니지만 차를 평가하기에는 꽤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고속도로 대신 굽이진 길을 택하자 빗줄기가 굵어졌고 노면에는 물이 차기 시작했다.
마른 노면에서 4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은 즐거움이지만 젖은 와인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속페달을 얼마나 열어야 하는지, 타이어가 얼마나 버텨주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이때 X3 M50의 또 다른 장점이 드러난다.
xDrive가 네 바퀴의 접지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M 스포츠 디퍼렌셜이 코너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끌어낸다. 어댑티브 M 서스펜션 역시 차체의 상하 움직임을 억제하면서 타이어가 노면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운전자에게 주는 신뢰감이다. 폭우 속에서는 절대적인 코너링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 차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운전자가 얼마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X3 M50은 빠르게 달리라고 운전자를 부추기기보다 아직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차체 움직임으로 전달한다. SUV의 높은 차체를 의식하게 되는 순간도 예상보다 적다. 코너 진입에서 속도를 줄이고 스티어링을 넣은 뒤 탈출 지점에서 가속페달을 열면 네 바퀴가 노면을 움켜쥐며 차체를 끌어낸다.
이러한 과정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다만 폭우 속에서는 어떤 AWD와 전자제어 시스템도 물리법칙을 뛰어넘을 수 없다. X3 M50의 높은 한계는 과신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악조건에서 더 큰 안전 여유를 제공한다는 쪽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100% M이 아니어서 오히려 좋은 차
X3 M50 xDrive는 X3 M Competition 같은 풀 M 모델은 아니다. 그리고 이 차를 며칠 경험하고 나면 오히려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사용할 수 있고 장거리 고속도로에서는 편하다. SUV가 가진 공간과 실용성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BMW 코리아 인증 복합연비도 10.6㎞/ℓ로, 398마력 SUV라는 성능을 생각하면 제법 현실적이다. 그러다 혼자 운전대를 잡고 좋은 길을 만나면 전혀 다른 차가 된다.
M 스포츠 디퍼렌셜과 어댑티브 M 서스펜션, xDrive, 그리고 무엇보다 BMW가 여전히 잘 만드는 직렬 6기통 엔진이 숨어 있던 성격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그래서 X3 M50 xDrive를 설명하는 데 고성능 SUV라는 말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평상시에는 성능을 숨길 줄 아는 고성능 SUV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서울에서 진천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에서는 잘 차려입은 신사 같았다. 반대로 폭우가 쏟아지는 와인딩에서는 어느새 운동선수가 돼 있었다. X3 M50 xDrive는 필요하지 않을 때 398마력을 조용히 숨겨두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발이 그것을 요구하는 순간에는 기다렸다는 듯 꺼내놓는다.
평소에는 젠틀하고 필요할 때는 무서울 만큼 빠르다. 그 두 얼굴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능력이야말로 X3 M50 xDrive의 가장 큰 매력이다.
글·사진=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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