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아의 연예it수다] ‘CCTV 박제’ 박위 논란이 남긴 질문

박위가 간과한 100만의 무게
박위를 비판하던 이들은 왜 송지은에게 갔나
박위를 향한 비판도 집단 권력…건전한 지적 아닌 '악플'은 자제할 때

강자와 약자의 위치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사회적 장벽 앞에 장애인으로서 박위는 약자였을지 몰라도 100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로서의 그는 이미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디어 권력자다.

 

박위는 지난 14일 KTX에서 휠체어로 하차하던 중 경사로 위에 놓인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바퀴가 걸려 넘어졌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다. 특히 척수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있는 장애인은 낙상 시 골절이나 장기 손상이 발생해도 감각을 느끼지 못해 즉각 알아차리기 어렵다. 초동 대처가 늦어져 심각한 합병증이나 대형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휠체어 사용자의 안전을 엄격히 보장해야 한다는 박위의 문제 제기 역시 타당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박위는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위라클에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올렸다. 상대 사회복무요원의 고의가 없었고 현장에서 사과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발을 경사로 위에 올려뒀다는 자체에 화가 났다”며 100만 구독자 앞에 해당 장면을 그대로 노출했다.

 

박위가 본래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휠체어 사용자의 안전한 이동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교육과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충분히 의미 있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비판의 화살은 한 개인이 아니라 사고를 막지 못한 안전 체계를 향했어야 했다. 승하차 과정에서 왜 사고 위험이 발생했는지, 매뉴얼에는 허점이 없는지, 현장 인력 교육과 시설에는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를 짚었다면 이번 사안은 보다 생산적인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그러나 CCTV가 공개된 순간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졌다. 장애인의 이동권·안전권보다 사회복무요원 한 사람의 실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과정에서 박위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은 자신이 가진 힘의 크기다. 장애인으로서 우리 사회의 장벽을 마주할 때 박위는 분명 사회적 약자다. 하지만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로서 그는 막강한 여론 형성력을 지닌 ‘미디어 권력’이기도 하다. 영상 하나가 언론의 헤드라인에 오르고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돼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스피커를 가지고 있다. 

 

누리꾼 반응이 싸늘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을 돕던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를 100만 채널에 공개해 한 개인에게 비난이 쏠리게 한 것은 과도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과까지 받아놓고 굳이 영상을 공개할 필요가 있었느냐”, “CCTV 영상을 어떻게 구했는지 밝혀라”, “안전 문제를 제기하려 했다면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향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박위는 영상을 내리고 사과했다. 자신의 전달 방식이 미숙했음을 인정했고, 문제를 인지하여 조치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위에게 미디어 권력의 무게를 지적하던 이들 중 일부가 이제는 또 다른 대상을 향해 몰려가고 있다. 박위의 사과 이후에도 비난 댓글은 1만개 이상이 달렸고, 급기야 이번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아내이자 가수 송지은의 SNS에까지 조롱성 악플이 달렸다. 두 사람이 출연했던 SBS 예능 콘텐츠까지 비난의 장이 되면서 관련 유튜브 영상과 쇼츠의 댓글 기능이 제한됐다.

 

박위를 향한 비판의 본질은 영향력 있는 매체가 대처 능력이 부족한 개인의 실수를 대중에게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원칙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100만 구독자만 권력이 아니다. 수천, 수만 개의 악플이 한 사람을 향해 쏟아지는 것 역시 거대한 집단의 힘이다. 관련 없는 가족까지 끌어들여 공격하는 순간 이는 건전한 비판의 범주를 벗어난다.

 

박위의 CCTV 공개가 과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가족을 공격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박위가 자신이 쥔 100만 구독자의 무게를 깨달아야 한다면, 비판하는 대중 역시 댓글 한 줄이 모여 만들어내는 힘을 돌아봐야 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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