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공효진·박소담·이연이 한 가족으로 뭉친 영화 경주기행이 개봉을 앞두고 한국영화 예매율 1위에 올랐다. 가족 복수극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배우들의 조합,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얻은 호평이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1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경주기행은 이날 기준 한국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오케이 마담2,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 등 한국 영화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으며, 개봉 예정작 가운데서도 전체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을 기다려온 엄마와 세 딸이 가해자의 석방 소식을 들은 뒤 직접 복수에 나서는 가족 복수극이다. 봉고차를 타고 경주로 향하는 네 모녀의 ‘죽이는 여행’을 담았다. 익숙한 복수극의 소재에 가족 로드무비와 코미디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정은·공효진·박소담·이연…‘가족’으로 뭉친 배우들
첫 번째 기대 요소는 네 모녀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조합이다. 김미조 감독이 기획 단계부터 캐스팅 1순위로 꼽았던 이정은·공효진·박소담·이연이 모두 작품에 합류했다.
이정은은 8년 동안 복수를 기다려온 엄마 옥실을 연기한다. 공효진은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첫째 딸 장주, 박소담은 복수 계획을 설계하는 둘째 영주로 나선다. 이연은 앞뒤 재기보다 행동이 먼저인 프로레슬러 셋째 동주를 맡았다.
네 사람의 성격부터 제각각이다. 오랜 시간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왔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가족이 한 차에 올라 복수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배우들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서도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가 드러난다. 공효진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성도가 높았고 유머와 날카로움이 잘 섞여 계속 생각나는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박소담 역시 “대사가 입에 착 붙어 나를 알고 쓰셨나 싶었을 정도”라고 밝혔다.
여기에 변요한이 네 모녀가 8년 동안 기다려온 인물 백상현으로 등장한다. 네 모녀와 변요한이 어떤 방식으로 맞부딪칠지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다.
◆사람 납치해놓고 끼니 걱정…복수극 공식을 비튼다
경주기행이 내세우는 두 번째 차별점은 복수극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출발점만 놓고 보면 무겁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네 여자가 오랜 기다림 끝에 가해자를 직접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는 복수를 핏빛 액션이나 응징만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쳐본 적 없는 평범한 네 모녀가 직접 복수를 실행하면서 벌어지는 엇박자를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 사람을 봉고차 트렁크에 태우고 가면서도 끼니를 걱정하고, 벌레 한 마리가 나타나면 기겁한다. 치밀하게 세운 복수 계획 역시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공개된 스틸에서도 이런 작품의 성격은 드러났다. 청테이프가 붙은 낡은 노란 봉고차부터 엄마, 첫째, 둘째, 셋째라고 적힌 단체 티셔츠, 숙소에서 케이크를 올린 차례상에 절하는 모습,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수풀을 걷는 세 자매까지 평범한 가족여행과는 거리가 먼 장면들이 이어진다.
◆복수의 끝에는 가족이 있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복수만은 아니다.
작품은 막내 경주를 잃은 뒤 8년을 살아온 가족이 복수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각자 묻어뒀던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에도 초점을 맞춘다.
같은 사람을 잃었지만 남겨진 네 사람의 시간까지 같을 수는 없다. 영화는 가해자를 응징하는 과정과 함께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비극을 견뎌온 엄마와 세 딸이 다시 서로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는다.
때문에 제목 속 ‘기행’은 복수를 위한 여행이면서 동시에 가족이 함께 지나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코미디와 긴장감 사이에 상실과 가족애를 배치한 이유다.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해외에서 먼저 만났다
연출을 맡은 김미조 감독에게도 경주기행은 새로운 도전이다.
김 감독은 데뷔작 갈매기(2020)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을 받았고,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는 특별 언급을 받았다. 경주기행은 김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국내 개봉에 앞서 해외 영화제에서도 먼저 관객을 만났다. 제24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하와이 국제영화제, 바르셀로나 한국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해외에서 작품성을 먼저 인정받은 만큼 이제는 국내 관객들의 평가가 남았다. 한국영화 예매율 1위로 개봉 전 기대감을 확인한 경주기행이 실제 흥행으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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