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광장] 뉴노멀시대, 프로야구 컨트롤타워는 정상 작동 중일까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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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충돌해 가라앉은 배로 기억된다. 사고의 본질은 빙산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이미 수차례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음에도 타이타닉호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이를 결정적인 위험이라 인지하지 않았다. 그 시각, 대체 컨트롤타워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수많은 승객을 태운 배가 안전 관리에 소홀한 사이, 위기는 현실이 됐다. 그렇게 타이타닉 호는 가라앉았다.

 

100년이 훌쩍 흐른 지금,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은 더 복잡해졌고, 그만큼 위기도 잦아졌다. 스포츠계 역시 마찬가지다. 폭염 등 이상 기후를 비롯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다. 선수들의 활동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지만, 각종 규정과 이해관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틈이 발생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바라보는 시선에 물음표가 붙는다. 과연 리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프로야구의 8월은 혼란, 그 자체였다. 기록적 폭염에 리그가 멈춰 섰다.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국제종합대회 파견이 아닌, 다른 사유로 중단된 것은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이후 처음이다. 미숙한 행정 처리로 선수 이적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앞서 LG는 울산웨일즈에서 뛰고 있던 투수 오카다 아키다케를 아시아쿼터 대체 자원으로 영입하려 했다. 당초 가능하다 했던 KBO는 발표 직전 말을 바꿨다.

 

이 모든 것이 예상 밖 일이었을까.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름철 찜통더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 KBO는 지난 2015년 경기 관련 규정에 폭염을 추가했다. 2024년 실제로 취소된 사례도 있다. 다만, 기상청 특보에만 의존하다 보니 현장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았다. 그라운드 지열이 70도 이상 치솟아도 특보가 발표되지 않으면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장서 관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한 후에야 비상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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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미숙지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 울산웨일즈는 프로야구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올 시즌부터 퓨처스(2군)리그에 참가 중이다. 그간 리그에 없었던 2군 전용 구단인 만큼 새로 생긴 규정이 많을 수밖에 없을 터. 구단 및 관계자들의 문의도 그만큼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기존 규정과의 호환을 위해선 세부적인 것들까지 좀 더 신경을 써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놓쳤다. 공식 사과를 하긴 했으나 양쪽 구단에도, 해당 선수에게도 악몽 같은 기억을 남겼다.

 

심지어 이후 대책들도 미봉책에 가까웠다. 일례로 KBO는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9월6일까지의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7시로 늦춘 바 있다(고척스카이돔의 경우 주말 제외). 공교롭게도 리그를 재개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온도가 떨어졌다. 일주일 만인 18일 재조정에 들어갔다. 쿨링 브레이크 제도를 특보가 내려진 지역에 한해서만 활용토록 하고, 25일부턴 경기 개시 시간도 원래대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각에선 애초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경기 시간 조정 기간을 일률적으로 잡은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끝이 아니다. 폭염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KBO가 후속 조처를 한 18일, 경기와 대전, 대구, 세종 등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또, 변화를 줄 것인가. 사후약방문식 대처로는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KBO는 만능이 아니다. 그러나 컨트롤타워라면 적어도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폭염도, 외국인 선수 규정도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과제들이다. 리그가 성장할수록 컨트롤타워의 책임도 커진다. 관중 1300만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KBO에 필요한 건 사후 수습 능력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선제 대응 능력이다. 타이타닉호를 침몰시킨 것은 빙산이 아니라 대응 실패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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