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친일 후손 논란 불씨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증조부의 친일 행적이 밝혀진 이후 과거 발언 등이 재조명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는 양상이다. 다만 본인이 직접 저지른 일이 아닌 조상의 행적을 이유로 무차별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영은 최근 방송에서 4대째 이어진 의사 집안의 가족사를 소개한 뒤 증조부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았다. 최근에는 2021년 SNS에 사극 촬영장에서 한복을 입은 사진을 공개하며 “생애 첫 한복 즐거웠던 촬영”이라고 적은 게시물이 논란을 불렀다. 한복을 처음 입었다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1993년생인 하영은 당시 29세였는데 누리꾼은 “그 나이에 생애 첫 한복이 너무 놀랍다”, “돌잔치나 명절, 유치원 때 보통 한복을 입지 않나” 등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한복 입고 처음 촬영한다는 뜻일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영의 부친 안병문 원장이 2002년에 기고한 글도 확산됐다. 안 원장이 하영의 친언니인 첫째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로 딸을 향해 “지금 이런 얘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세월이 우리 편에 서서 고맙게 흘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안 원장이 “세월은 우리 편”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온라인에선 “집안 내력을 보니 소름 돋는 발언”, “친일 행적에 대한 암시인가”, “시간이 약이라는 건가” 등 비판이 이어졌다.
차기작 또한 불똥을 맞고 있다. 하영은 현재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SBS) 막바지 촬영 중이다. 그러나 친일 후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드라마가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점, 삼일절을 앞둔 내년 2월 첫 방송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다는 점 등이 겹치면서 작품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더해졌다.
누리꾼은 “배우 교체하고 재촬영해라”,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면 더 신경 써야 한다”, “드라마에 광고 넣는 기업도 불매할 것”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는 10월 촬영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시즌2도 배우 교체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특히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자랑했으면, 마찬가지로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비난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재산이라도 환수하고 조상이 벌을 받았으면 이만큼 화내지도 않았다” 등 강하게 질타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비난의 수위가 개인에 대한 과도한 마녀사냥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증조부의 친일 행적과 하영 본인의 행위를 동일 선상에서 놓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영을 향한 비판 여론의 핵심은 조상의 친일 행적을 명문가로 포장해 자랑삼아 소비했다는 점인데, 태어나기 전 조상의 행적에 대해 후손이 사전에 온전히 인지하기란 어렵고 그 이유만으로 배우 개인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거나 작품에서 하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누리꾼은 “방송만 보고 사람 자체를 판단하는 건 무리”, “죽일 사람으로 몰아가지 말고 이성적으로 질타하고 비판해야 한다”라며 지나친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하영이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며 “우리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광복과 나라의 안녕을 위해 힘쓴 이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겠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사과를 밝힌 만큼 무조건적인 비난보다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민족문제연구소 또한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명백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 논란의 본질은 배우 개인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짚었다. 하영에게는 “조상의 과오를 성찰 없이 미화하거나 비판 없이 소비한 태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식민지배 하에서 형성된 전문직 계보와 사회적 자산이 해방 후 청산 없이 어떻게 기득권으로 승계되고 세습됐는지 구조적 질문과 역사적 성찰로 이어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대의 과오로 하여금 주눅이 든다기보다는 ‘내가 앞으로 어떤 발걸음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 역사 정의 측면에서 해석하고 행동해 주길 바란다”며 “만약 그렇게 행동한다면 우리 국민은 분명히 그런 점을 높게 평가할 정도의 역사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